“이치로~이치로~이치로 몰라?” LG 175cm 외야수 무너진 스윙…염갈량은 간절했다[MD스코츠데일]

[마이데일리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김진성 기자] “이치로, 이치로, 이치로 몰라?”

LG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베이스볼 콤플렉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에도 어김없이 ‘호준 스쿨’이 시작됐다. T바훈련에 이어, 이날은 일부러 타격폼이 무너진 채 커트를 해내는 특훈을 이어갔다. 모창민 타격코치가 기계에 공을 넣으면, 공은 홈플레이트 한참 앞에서 뚝 떨어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문성주. 올 시즌 타격 방향성을 장타로 설정하려다 염경엽 감독과 이호준 코치의 제재 속에 애버리지와 출루율 강화로 회귀했다. 애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 이 훈련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누구나 투수의 변화구에 완전히 속아 타격자세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호준 타격코치는 “김성근 감독님이 SK에 있을 때 이 훈련을 받아봤다.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염경엽 감독님이 이 프로그램을 넣었다. 감독님과 타격이론이 잘 맞는다”라고 했다.

희한했다. 홈 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이나 커브 등 유인구는 안 쳐야 애버리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코치는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시즌 내내 삼진을 1개도 안 당해야 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삼진을 100개, 150개씩 당하는 선수가 나온다. 이 훈련은 이미 유인구에 손이 나간 뒤에 잘 대처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코치는 문성주에게 폼이 무너져도 타격 시 머리만 돌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설령 머리가 돌아가더라도 손목만큼은 쓰지 말고 팔을 가볍게 내밀어 갖다 맞히라고 했다. 이 코치는 “1년에 이렇게 안타 3~4개만 더 치면 기록이 달라진다”라고 했다.

당연히 권장하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투수의 주무기에 당하지 않는 타자는 없다. 또한, 변화구 구사율이 80% 이상인 투수라면 당연히 변화구를 노리고 들어가야 하고, 속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이 코치 설명이다. 애버리지로 승부를 봐야 하는 문성주에겐 상당히 중요한 훈련. 문성주는 이 코치와 모 코치의 지적을 받았으나 대체로 잘 대처해냈다.

오히려 명언(?)은 이 코치가 아닌 지나가던 염경엽 감독이 날렸다. 염 감독은 투수들의 불펜투구를 지켜보고 돌아가던 중 문성주의 훈련을 옆에서 슬며시 바라보며 “이치로, 이치로, 이치로 몰라”라고 했다. 마침 문성주가 한 차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모습을 봤던 것이다.

이치로는 대다수 야구팬이 알 듯 아시아를 대표하는 레전드 교타자다. 유인구 대처능력이 대단했다. 전성기에 원 바운드 유인구를 안타로 만들기도 했다. 염 감독과 이 코치는 타자들이 그 정도까지 해내길 바라는 건 아니다. 유인구에 속더라도 자세가 최대한 무너지지 않고 커트해낼 수 있다면 타격기회도 얻고, 바가지 안타의 확률도 높인다는 생각이다. 알고 보면 타자들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다.

[문성주. 사진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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