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동쪽으로 기차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해안가 마을 마케이트의 어느 벽에 벽화가 그려졌다. 한쪽 눈이 붓고 이빨이 빠진 채 웃는 1950년대 스타일의 가정주부가 냉장고에 한 남성을 가두는 듯한 모습이다. 세계적 그라피티(공공장소 낙서) 화가 뱅크시는 14일 인스타그램에 벽화가 자신의 작품 ‘밸런타인데이 마스카라’라고 밝혔다. 행정당국은 버려진 냉장고를 곧바로 수거해갔다. 쓰레기로 방치됐을 땐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뱅크시가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키자 곧바로 치워버렸다. 뱅크시는 이 그림 하나로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정폭력에 경종을 울렸다.
뱅크시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한다. 그는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 이후 곳곳에서 분노를 표출했다. 2006년엔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 들어가 관타나모 수용소 포로의 인물상을 세워놓았다. 입만 열면 인권을 외치는 미국이 자국의 전쟁포로에 가한 반인권적 상황을 폭로한 것이다. 그의 그림에서 남자는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지고, 공격용 헬기는 리본으로 장식돼있다. 뱅크시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들과 소녀는 세상의 폭력과 부당함에 희생당하는 모습이다. 그는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아무나 실천하지 않는 “자유, 평화, 정의”의 메시지를 담은 그라피티를 오늘도 어느 거리의 벽에 그리고 있을 것이다.
[사진 = 뱅크시 인스타, 게티이미지코리아, 마노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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