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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트롤리가 발견한 보석' 정수빈 "주어진 준비기간 2주, 두려움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MD인터뷰]

시간2023-02-18 13:16:51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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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작품과 배우의 만남에 '운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배우 정수빈에게 '트롤리'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운명'적이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제가 연기하게 된 캐릭터의 이름이 저와 같은 '수빈'이었어요. 언젠가 배우로서 '수빈'이라는 이름을 연기를 해볼 날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이렇게 빨리 이뤄질 거라고 상상을 못했죠. 수빈이를 만나서, 수빈이가 수빈이었기 때문에 제가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작품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를 통해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낸 배우 정수빈을 만났다. '트롤리'에서 정수빈은 미스터리한 소녀 김수빈을 연기했다. 김수빈은 남중도(박희순)와 김혜주(김현주) 부부의 아들 남지훈(정택현)이 사망한 후, 남지훈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부부를 찾아간 인물이었다.

캐스팅 과정부터가 극적이었다. 당초 김수빈 역할은 배우 김새론이 출연 예정이었지만, 김새론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하차하면서 정수빈은 마지막으로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세 번 정도 오디션을 보고, 마지막 미팅 때 감독님께서 '수빈이를 준비하는데 1, 2주 정도 밖에 시간이 없을 텐데 괜찮냐'고 물으셨어요. 당시 제가 수빈이라는 인물에 너무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보니 '제가 아닌 어떤 배우분이 맡더라도 1, 2주가 아니고 하루, 이틀이라도 아마 책임감을 가지고 해내실 거다'라는 답을 드렸어요.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나왔는데,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어요. '수빈 씨가 그리는 수빈이를 한 번 응원 해보고 싶다'는 말이셨죠."

물론 촉박한 시간 내에 한 캐릭터를 온전히 체득하고 연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순간 정수빈을 도와준 것은 현장에 함께 하는 배우들이었다.

"걱정이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처음에는 혼자라고 느껴져서 좀 많이 무섭기도 하고 두려웠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서 '수빈아, 안녕'이라는 인사를 듣고, 어쩌면 (극 중) 수빈이가 저를 도와준 부분일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게 너무 감사했죠. '트롤리'라는 작품에 제가 큰 배움이라고 말 했는데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는 게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지, 그리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구나라는 그런 감정을 배운 기회였어요."

김수빈이란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정수빈의 노력은 계속됐다.

"'트롤리'라는 작품 자체가 시간 순으로 되는 게 아니라 과거 서사는 제일 마지막에 밝혀지고, 그러다 보니까 수빈이가 하는 말 중에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제가 더 많이 이해를 해야 확신을 갖고 임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예를 들면 수빈이가 언제 임신을 했고, 그 시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죠. 지훈이가 언제 죽었고, 그 집에 들어가는 시기 등 여러 사건을 정리하려고 한국사 정리하듯이 타임라인을 세워서 큰 틀을 이해를 하려고 했어요. 또 제가 아픔이 있는 친구들의 연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유산이랑 소재도 누군가한테 큰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라 산부인과에 자문을 구했었는데 그걸 흔쾌히 도와주셔서 그것도 너무 감사했어요. 산부인과 자문을 통해서 어떤 신체적인 아픔이 있는지 설명도 들었고, 유튜브 등을 통해 유산 이후의 심리적인 아픔도 들으면서 수빈이를 더 채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해졌다. 정수빈이라는 배우는 언제나 이렇듯 모든 작품과 역할을 깊게 파고들고 탐구하는 스타일일까.

"제가 여태 맡아온 인물들이 촉법소년이라든가, 아니면 학교 폭력, 저희 사회에 만연한 디지털에 관한 아픔이 있는 인물, 그리고 더 나아가서 유산까지 그런 묵직한 소재들을 다루다 보니까. 그 아픔을 겪는 분들한테 또 다른 아픔을 함부로 전가하고 싶지 않아서 제가 조금 더 깊은 배움을 찾았던 것 같아요."

"정수빈에 앞서 '트롤리'에 출연 예정이던 김새론이란 이름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냐"라는 어려운 질문도 건넬 수 밖에 없었다.

"제가 감사했던 부분은 그런 부담을 느낄 때마다 많은 선배님들과 작가님이 '수빈 씨를 응원 하고 싶다'면서 '그 이전의 것을 생각하기보다 수빈 씨가 그리는 수빈이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얘기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셨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과거에 '그 분'이 하셨던 걸 해야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나는 나니까, 내가 그리는 수빈이를 더 많이 사랑해주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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