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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지난 19일 2022-2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2라운드 마요르카와 비야레알이 격돌한 비지트 마요르카 에스타디.
후반 28분 이강인(마요르카)에게 결정적인 득점 찬스가 왔다. 4-2로 마요르카가 리드한 상황. 이강인이 넣었다면 그야말로 골폭죽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이강인은 역습상황에서 홀로 드리블을 치고 질주했고,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이 순간 모두가 예상했다. 이강인의 골이라고. 이어진 이강인의 회심의 왼발 슈팅. 공은 허무하게 골대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이강인 역시 아쉬움을 삼켰다.
일반적인 공격수가 이런 허무한 실수를 한 상황이라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너무나 결정적인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온갖 조롱도 동반됐을 것이 자명하다. 그런 선수를 수도 없이 봤다.
그런데 이강인의 실수를 대하는 마요르카 팬들의 반응은 달랐다. 경기장을 채운 마요르카 홈팬들은 실수한 이강인을 향해 '기립박수'를 쳤다. 경기장을 찾은 소수의 한국팬들의 절대적인 응원과 함께 다수의 현지 팬들의 박수갈채가 터졌다.
왜 그랬을까. 무슨 의미였을까.
다행스럽게도 이강인이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순간이 마요르카가 4-2로 크게 앞서는 상황, 사실상 승부가 갈린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만약 마요르카가 1골 차로 지고 있었거나, 동점 상황에서 이런 실수가 나왔다면 이강인 역시 비판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홈팬들은 마요르카가 4-2 리드를 잡을 때까지 이강인이 어떤 역할을 해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1-1 상황에서 리드를 잡은 로드리게스의 두 번째 골의 시작이 이강인이었다. 전반 44분 왼쪽 코너 부분, 수비수 2명이 붙은 상황에서 이강인은 악착같이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마페오가 다시 문전으로 올렸고, 로드리게스가 머리로 마무리 지었다.
이강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2 상황이던 후반 11분 정확한 택배 코너킥으로 로드리게스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이 골이 결승골이 됐다. 1골 넣으면 1골 추격했고, 그러자 이강인이 나섰다. 이런 과정이 2번 반복됐다. 비야레알의 추격의지를 사실상 이강인이 꺾어버린 셈이다.
올 시즌 마요르카 홈팬들은 골 가뭄에 목이 말랐다. 올 시즌 홈 최다골이 1골이었다. 비참했다. 이강인의 활약으로 마요르카는 올 시즌 처음으로 홈에서 2골 이상을 터뜨렸다. 4골은 올 시즌 경험해보지 못한 골 홍수였다. 홈팬들이 기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강인이 만들어준 것이다.
공격적인 부분뿐 아니라 이강인의 수비적인 부분도 홈팬들의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누가 이강인의 수비가 약하고, 수비 가담에 소극적이라 했는가. 이날만큼은 절대 아니었다. 가장 전투적으로 수비했던 이가 다름 아닌 이강인이었다.
이 경기 마요르카의 첫 공격도 이강인의 압박에 이은 스틸에서부터 시작됐다. 이강인은 상대가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아주 강하게 압박했고, 압박했고, 또 압박했다. 그의 악바리 근성이 제대로 빛났던 경기였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강인. 또 가장 날카로운 패스와 가장 적극적인 투지를 보여준 이강인. 마요르카 팬들은 이강인의 경쟁력과 가치에 대한 찬사를, 그리고 팀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뛰는 진심을 느꼈기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기립박수로 화답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날이 이강인의 생일이었던 것은 덤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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