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NC와의 연습경기를 마치고 이렇게 얘기했다. 그날 꾸린 선발라인업은 어차피 WBC 베스트라인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으로선 연습경기를 통해 베스트라인업의 골격을 맞춰야 하는 입장으로서, 기분 좋은 고민을 안았다.
당시 이 감독은 이정후(중견수)-오지환(유격수)-최정(3루수)-박병호(지명타자)-김현수(좌익수)-나성범(우익수)-강백호(1루수)-이지영(포수)-김혜성(2루수)으로 선발라인업을 꾸렸다. 그런데 강백호 등 하위타선에 포진한 타자들의 컨디션도 괜찮다는 게 확인되면서, 상위타순까지 흔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감독은 20일 KIA와의 연습경기서 확 달라진 라인업을 내놨다. 이정후(중견수)-양의지(포수)-최정(3루수)-김현수(좌익수)-박병호(지명타자)-강백호(1루수)-박건우(우익수)-오지환(유격수)-김혜성(2루수). 양의지가 2번 타순에 들어오고 오지환이 8번으로 내려간 게 눈에 띄었다. 중심타선 조합도 살짝 변화가 있었다.
이 감독은 소집훈련 첫 날부터 “야수들이 몸을 잘 만들어왔다”라고 했다. 실제 타자들은 KIA전서 19안타로 12득점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프로에서 좀처럼 2번으로 나서지 않던 양의지도 1회부터 2루타를 날리며 2번 타순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기본적으로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없다고 보면 된다. KIA를 상대로 백업으로 나선 타자들이 나성범, 박해민, 최지훈, 이지영이었다. NC전서는 박건우와 양의지가 벤치에서 대기했다. 개개인의 컨디션을 넘어 상대 마운드 운용법을 예상해 맞춤형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베스트라인업 자체가 무의미하다.
사실 지난 시즌 부진한 강백호의 적응이 변수였다. 그러나 NC전서 결승 투런포, KIA전서 2루타 포함 멀티히트 등으로 쾌조의 출발이다. 정확한 타격을 위해 히팅포인트를 공 1개 정도 뒤로 옮긴 것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애리조나 합숙훈련을 마치면 심화된다. 내달 초 고척스카이돔에서 갖는 훈련부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두 사람을 두고서도 “상위타선에 들어가도 충분하다”라고 했다. 테이블세터, 중심타선에 들어갈 수 있는 타자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강백호가 상위타선에 올라오기 힘들다는 말까지 했다.
이 감독이 양의지를 2번으로 써본 것도 다양한 라인업을 내놓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다. 여기에 김하성과 에드먼까지 가세할 대표팀 라인업은 더욱 화려해질 전망이다. 결국 오지환(LG)과 김혜성(키움)이 벤치로 밀려날 것이다. 벤치도 막강해질 일만 남았다. 결국 대표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3월9일 호주전까지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숙제다. 현 시점에서 이 감독에게 호주전 타순을 물어도 시원한 대답을 못 듣는다.
[양의지(위), 양의지와 박건우(아래). 사진 = 투손(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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