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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자회견 직후 만든 카드뉴스. /국민의힘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등을 놓고 결백을 주장하는 데 한 시간 이상 할애했다.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자 무혐의 됐던 사건이 구속할 중대 사건으로 바뀌었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오히려 장시간의 해명이 국민의힘에게 공격의 빌미만 제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리 논쟁에 자신이 없다보니 검찰에선 묵비권을 행사하다 자신의 일방적 입장을 발언할 수 있는 '기자회견'을 선택했다는 공격을 우려하느 것이다.
◇모두 발언만 45분
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에만 45분을 썼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과 성남FC 관련 사건들은 이미 10년 전, 5년 전, 7년 전에 벌어진 일들"이라며 "사건은 바뀐 것 없이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까 판단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남FC 사건은 2018년부터 수사가 시작된 사건인데 전부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됐다가 대통령 선거가 지난 후 다시 재수사가 이뤄졌고 수사진이 바뀌고 갑자기 무혐의됐던 사건이 구속할 중대 사건으로 바뀌고 말았다"고 말했다.
대장동 수사에 대해서도 "대선 기간 이 문제가 불거져서 그때 열심히 검찰이 수사했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수사진, 검사가 바뀌고 검사 수사 인력이 늘어나더니 결국 갑자기 이것이 구속 사안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청구된 구속영장도 비판했다. 그는 "영장 내용을 보면 '이재명이 돈 받았다', '돈 받았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성남 FC 후원 요구에 대해서도 이재명이 A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말을 B가 들었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70%를 회수했어야 했는데 못했다'는 황당한 내용이 있다"며 "시장의 물건 값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공급과 수요 균형에 맞춰서 시장에서 이뤄지는 데, 어떻게 70% 회수를 정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모든 기업들은 상대와 협상을 하거나 가격을 정할 때 검찰이 생각하는 최대치와 실제 거래 가격의 차액만큼 배임죄가 될 수 있으니까 반드시 검찰에 물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추후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더라도 직을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관련 질문에 "경기지사일때 네 가지 혐의로 기소돼 전부 무죄를 받았다"며 "약 2년간 재판에 시달렸는데 그 사이 경기도정은 꼴찌 평가에서 1등 평가로 바뀌었다는 점을 상기해달라"고 말했다.
경기지사 시절 각종 재판에도 도정에서 성과를 거뒀던 것처럼,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지금도 당대표직을 유지하며 문제없이 민생 행보에 주력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에 응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평화 시대는 담장도 없애고 대문도 열어놓고 사는 게 맞지만,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66분간 혐의 부인"…한동훈 "판사 앞에서 얘기하라"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 즉각 공세를 펼쳤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시감을 줬다"며 "바로 2019년 9월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민 청문회'"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국민 청문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가족의 의혹에 대해서 모두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진실은 재판정에서 가려졌다"며 "이 대표도 대장동,성남FC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털어봤자 증거도 없었다', '정치 보복이다'고 자기항변만 늘어 놓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나 조 전 장관이나 너무 많은 말들로 진실을 흐리고 있다"며 " 진실은 오직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고, 이 대표가 한 말들은 조 전 장관 때처럼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신을 직격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더는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은신처 국회를 떠나 법원으로 가서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시라"고 촌평했다.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성남시장 권력으로 장난을 친 사람은 누구인가. 그 죄로 구속영장을 받은 사람은 또 누구인가. 무엇보다 진짜 '깡패'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은 이 대표 본인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본인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1시간 넘게 하신 것 같다"며 "바로 그 얘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된다"고 직격했다.
이어 "만약 이 대표 말처럼 다 조작이고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일각 "너무 길었다"…추후 사퇴 요구 전망도
민주당 일각에선 기자회견을 너무 길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성남 FC 후원금 의혹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본인이 당당하지 못하니까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며 장시간 변명만 늘어놓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차라리 핵심만 얘기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늘렸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출두해서 묵비권을 행사했던 것과 대비돼 국민의힘에 공격의 빌미만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관계자는 "겉은 당당한 척 하지만 상황이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라며 "국민의힘에게 좋은 공격거리만 제공했다"고 혹평했다.
27일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는 대신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사퇴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표를 향해 줄곧 쓴소리를 해 온 비명(비이재명)계 조응천 의원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검찰이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검찰이) 슬라이스 쳐서, 쪼개기 영장으로 계속 들어올 거 같은데 그럼 그때마다 어떻게 할 건가"라며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되 당 대표한테 결단을 요구하자 하는 그룹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찍부터 당대표직 사퇴를 요구해 온 설훈 의원이 지난 21일 당 의총에서 '부결'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그게 보면 어떤 전제가 있다"며 "대동단결해 무조건 부결시키자 하고 끝낸 게 아니고 그러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란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로들도 '선당후사'를 이야기하며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유인태 전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나서라고 했다. 그는 "다음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거기에서 당당하게 (기각돼) 돌아오면 그다음에 (당내에서 이 대표의) 거취를 가지고 누가 얘기를 할 거며, 아마 당 지지율도 꽤 올라가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앞서 권노갑 상임고문도 지난 22일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이 대표를 향해 "다음번엔 떳떳하게 체포동의안에 임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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