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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국무총리 블로그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대표에게 맹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때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많이 나온게 이낙연 전 대표 책임이란 것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민주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이낙연 전 대표를 당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글은 2일 오후 4시 기준 권리당원 3만5000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5만명이 동의하면 당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해당 청원은 이 대표의 체포안 표결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올라왔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 전 대표를 비난하는 글도 쏟아졌다.
한 권리당원은 “이낙연과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파’는 당원이 개·돼지로 보이냐”고 적었다. 이 전 대표를 비하하는 ‘낙지’ 표현을 들어 “한 줌 낙지 패거리는 나가라”는 글도 있었다.
이들이 이 전 대표에게 화살을 겨눈 건 이낙연계 의원들을 체포안 반란표를 주도한 배후 세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경기지역 이낙연계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이낙연계가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하고 있으며, 결국엔 이 전 대표를 다시 옹립할 것으로 의심한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캠프가 대장동 의혹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만큼 사법리스크의 원흉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낙연계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에 있는 사람까지 소환하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 이낙연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뭐만 잘못되면 전부 이낙연 책임으로 돌리는 이 당의 분위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꾸 계파로 갈라치기를 하는 게 당을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명계도 “민주정당에서 색출은 있을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에서 “나치 시대에도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려고 십자가 밟기를 강요했다. 민주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에서 이런 정치문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문자들을 보면 저를 비롯해 타깃으로 삼은 의원들을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십자가 밟기’를 강요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이낙연계 찍어내기’ 여론전까지 펼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대표는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2일 오후 ‘비명계에서 2차 체포동의안이 오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고 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묻는 취재진에 “정쟁이나 이런 문제보다 민생문제, 이자 폭탄, 전세 사기에 관심 좀 많이 가지라고 정치권에 얘기해주시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외려 친명계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당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매우 정당하고 정의롭다”며 “의원들이 배신한 것인데, 그 배신을 확인하는 과정은 당원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도 “대표한테만 (당원 자제를) 해달라라고 하면서 그것을 마치 공격의 무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명계를 비판했다.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법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는 3일 또다시 결집한다. 이들은 이 대표 출석 시점에 맞춰 법원 정문 앞에서 ‘WITH 이재명’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일부 친명 성향 유튜버들은 같은 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으로 옮겨 ‘수박 깨기’ 퍼포먼스를 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강성 권리당원의 좌충우돌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아직 수박 나올 철이 안 됐는데 좀 일찍 수박이 도는 것 같다”며“개딸 홍위병들의 행태는 우리 헌정사상 유례없는 유형의 폭력”이라고 꼬집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의 건강한 의견 수렴을 가로막고, 다른 의견은 차단하는 잘못된 행위”라며 “민주당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지율도 떨어지고, 입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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