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일본 마쓰야마·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항공권 특가가 나오면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이 일단 구매해 떠나던 시절이 있었다. 더 이상 해외여행 한 번을 위해 목돈을 모으고 큰마음 먹고 가지 않게 되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 ‘소도시 여행’이라는 말이 인기였던 그 즈음이다.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해외여행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제주항공은 공항 슬롯이 꽉 찰 대로 찬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의 대안으로 이달부터 일본 마쓰야마와 시즈오카 노선도 운항한다. 신규 취항인 만큼 특가 프로모션도 열심이다. 일본여행 가고 싶지마는 항공권을 60만~80만원 주고 가는 것은 아니라고, 좀 더 기다리자 했던 이들이 20만원대 항공권을 보고 섬광같이 결제 버튼을 누르는 이유다.
◇가장 오랜 역사의 마쓰야마 도고온천 본관
마쓰야마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는 ‘도고온천’이다. 흔히“도고온천 가요”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충남 아산의 도고(道高)온천을 떠올린다. 하지만 마쓰야마의 도고(道後)온천은 한자가 다르다.
도고온천은 일본의 오래된 역사서인 ‘일본서기’에도 등장해, 일본인에게는 3000년 역사를 가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백로가 다친 다리를 온천수에 담그는 모습을 보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 백로를 마을의 심볼로 삼고 있다.
일본 온천을 좋아하거나 특유의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이 많다. 다만 도고온천은 일본의 다른 마을과 달라 이를 알아둬야겠다. 지도 또는 가이드북에 ‘도고온천 본관’이라고 나오는 곳은 그 자체로 온천시설이다. 흔히 여타 지역에서는 온천여행 하면 숙소인 료칸과 연계해 떠올리거나, 마을 온천 순례 등 형태로 즐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도고온천은 이 ‘목욕탕’방문이 필수다. 물론 각 호텔이나 료칸 안에도 온천물을 사용하는 대욕장은 포함돼 있다.
도고온천의 목욕탕, 즉 대표 온천시설은 총 3곳이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델이 됐다고 하는 ‘도고온천 본관’이 우선 하나다. 이 건물은 1894년에 지어졌고, 현재 보수공사를 실시 중이나 영업은 하고 있다. 밖에서 보이는 곳이 2층이고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대욕장이 나온다. 내부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몸을 담글 수 있는 온탕은 가운데 1개뿐이다.
여탕의 경우 총 17좌석이 있는데 코로나19 안전 수칙에 따라 30분에 5명 정도씩만 입장 시킨다. 오전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당일 예약만 가능하고 오후 4~5시에만 가도 그날 입장이 마감되기 일쑤이니 미리 여유를 두고 예약을 잡아놓는 편이 좋다. 입장료는 420엔(4000원)이며, 타올, 비누, 샴푸 등을 별도로 구입하거나 챙겨가야 한다.
도고온천 본관 안에는 왕실 전용 욕장 ‘유신덴’도 한편에 있다. 최근이야 풀빌라 리조트처럼 객실에 온천탕이 딸린 고급 료칸도 많아졌지만, 유신덴은 과거 그런 곳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시설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됐지만, 이를 보존해놓고 일반인에 개방해 관람이 가능하다. 왕족의 온천욕이 얼마나 호화로운지를 견학할 수 있다.
또 다른 온천시설은 도고온천 별관으로 2017년에 설립한 ‘아스카노유’다. 본관보다 규모가 크고 본관의 원형을 테마로 만든 다양한 휴양 서비스가 제공된다. 왕실 전용 욕장인 ‘유신덴’을 그대로 재현한 특별욕실을 꾸며놓았다. 1~4명만 이용하니 커플이나 가족끼리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대욕장 목욕 후 휴식실에서 유카타를 입고 다과를 즐기며 여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휴게실은 소수가 이용하는 개별실이 있고 카페처럼 넓은 다다미방을 함께 이용하는 방식 2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대욕장 이용료는 610엔이고 샴푸, 보디워시 등은 제공해 개인 타월만 챙기면 된다. 다다미방 프로그램 이용료는 1280엔(1만2000원)이다. 온천여행 콘셉트를 살린 인증샷 찍기에 제격이다.
마지막으로 본관의 자매목욕탕인 쓰바키유가 있다. 이곳의 분위기는 다른 두 곳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동네 목욕탕 느낌 그대로다. 도고온천 마을의 숙소는 고급 료칸, 일반 호텔, 여인숙 등 각양각색의 형태가 있는데 이곳을 경험 삼아 방문하는 이들도 다수다. 본관이나 별관이 사람이 많을 때 대안으로도 좋다. 이용료는 420엔이고 샴푸, 타월 등은 모두 직접 가져가거나 구입해야 한다.
◇마쓰야마성과 노면전차+α
온천 힐링 여행만으로는 뭔가 아쉽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빡센 일정을 강행하지 않으면서도 만족스러운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몇 가지 관광거리를 더 소개해보겠다.
마쓰야마는 노면전차가 운행되고 있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지하철이나 전철과 달리 시내 곳곳을 누비고, 또 버스 이용에 비해 안정적이고 심정적으로도 여유롭다. 에히메현은 귤이 특산물이어서, 오렌지색 차량의 노면전차 또한 명물이다.
도고온천에 갈 때도 이 노면전차를 탑승한다. JR마쓰야마역 앞에 위치한 이요테쓰 마쓰야마에키마에역에서 전차를 타면 도고온천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 도고온천역에 도착하면 20세기 서양 건물 형태의 전차 역사가 방문객을 귀엽게 맞이한다. 역사 건물에 운영되는 스타벅스도 이색적이어서 인기다.
이곳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봇짱)’을 테마로 한 ‘봇짱열차’의 기착지이기도 하다. 봇짱열차는 소설에 등장하는 디젤기관차를 모양을 복원했으며, 통상 하루 3회 정도 운행되고 시간표는 그때 그때 각 역마다 게시된다.
마쓰야마의 또 하나 대표 관광명소는 마쓰야마성이다. 일본은 전국에 수많은 성이 있다가 근대화를 명목으로 1983년에 12좌만 남기고 폐성령이 내려졌다. 마쓰야마성은 그 잔존한 12좌 중 하나다. 이들은 대체로 규모나 그 외형이 훌륭해서 관람하는 감흥이 있다.
마쓰야마성의 특징이라면 평지에 자리한 히메지성이나 오사카성과 달리 산 위에 세워져 있다. 덕분에 로프웨이와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1명씩 탑승하는 리프트는 그 자체로 놀이기구를 타는 듯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로프웨이에서 내린 후 성문까지 가는 길에는 다양한 벚꽃 나무가 심어져 이 시기에는 벚꽃놀이 명소이기도 하다. 여러 종류를 식재해 놓아 피는 시기도 제각각이어서 2~3월 내내 벚꽃 구경이 가능하다.
벚꽃길에서 한참을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꽤 시간이 지체된다. 지금 마쓰야마는 날씨가 화창하고 하늘이 파랗기 때문에 새하얀 마쓰야마성과 분홍빛 벚꽃,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저절로 근사한 작품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마쓰야마성은 또한 다른 지역 성과 달리 애초에 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다보니 천수각까지 계단을 오르는 게 그리 가파르거나 힘에 부치지 않는다. 천수각 외에 다른 부속 건물에서도 주변을 어느 정도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천수각에서 보는 풍광이 가장 근사하다. 마쓰야마 시내는 물론 산과 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다.
마쓰야마성과 도고온천은 모두 주변 상점가가 잘 형성돼 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과 특산물을 파는 상점, 지역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오래된 식당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구경하고 뭔가 사고 먹고 하다보면 1~2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반나절 이상 소요된다고 여기면 된다. 마쓰야마의 특산품으로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귤이 있다. 다양한 품종의 귤로 만든 주스와 젤리, 초컬릿, 과자 등을 맛보라고 추천하고, 에히메 귤을 캐릭터화 한 ‘미?에? 귀엽다.
◇마쓰야마공항, 시내에서 20분 거리 ‘가까워’
에히메현 마쓰야마의 가장 큰 미덕으로 접근성을 꼽을 만하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 30분밖에 안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마쓰야마공항에서 JR마쓰야마역까지 거리가 불과 전철 10 정거장(370엔), 시간은 22분 소요된다. 구글맵 정보에 따르면 리무진 버스는 17분(650엔), 택시는 14분(1800엔)가량 걸린다.
제주항공이 26일부터 운항하는 인천-마쓰야마 노선은 주 3회 화·목·일요일 뜬다. 목요일 출발 3박 4일 또는 일요일 출발 2박 3일 여정이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 시간은 인천공항에서 오후 1시5분에 출발해 오후 2시35분에 마쓰야마에 도착하고, 마쓰야마에서는 오후 3시25분에 출발해 오후 4시55분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스케줄이다.
공항으로부터 접근성이 뛰어난 마쓰야마는 사실상 반나절을 버는 셈이어서 짧은 일정으로도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 덕분에 한국에서 느긋하게 출발하고 도착하는 항공 스케줄이 오히려 미덕으로 느껴진다. 오후 3시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섰다고 해도 도고온천으로 금세 이동해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사진 = 이지혜 기자]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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