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이 작년 10월에 취임한 뒤 두산 유튜브 채널 베어스티비에서 가장 관심이 컸던 컨텐츠 중 하나가 이승엽 감독과 김재환이 감독실에서 타격 관련 대화를 하는 짧은 영상이었다. 약간의 연출이 아닌, 요즘 TV 예능프로그램처럼 실제 두 사람의 얘기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담아낸 것이었다.
당시 이승엽 감독은 “뭐가 문제였던 것 같은데? 이야기 할 시간이 없었다. 한번 앉아봐라”라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2022시즌 128경기서 448타수 111안타 타율 0.248 23홈런 72타점 OPS 0.800으로 명성에 미치지 못한 4번타자와의 스킨십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감독은 훈련량보다 질, 4번타자의 부담감과 타격 매커닉의 균열은 별개의 영역, 타격 자세를 잡은 뒤 히팅포인트까지 힘을 전달하는 방법 등을 강조했다. 김재환도 당연히 아는 얘기였지만, 이 감독을 통해 생각이 정리된 듯한 모습이었다.
5개월이 흘렀다. 김재환은 리플레시한 뒤 다시 준비했고, 이 감독도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며 시즌 운영의 계산을 어느 정도 마쳤다. 어쨌든 이 감독은 올해 무조건 김재환이 부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무조건 살려야 한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타격전문가답게 작년 가을 마무리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직접 타격을 지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호주에서 김재환과 거의 대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감독은 “내가 얘기할 틈이 없었다. 스윙에 대해 고토 고치 코치와 계속 얘기를 주고 받더라. 많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초보사령탑답지 않게 차분하다. 자신이 파트별 코치의 영역을 침범하는 안 된다는 생각에, 김재환과 고토 코치의 스킨십을 멀리서 지켜봤다. 그 결과 김재환이 타격 매커닉을 정비했고, 호주 연습경기서 내보내지 않았다. 김재환의 루틴을 존중하기도 했고, 김재환이 자신의 타격을 정리할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주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자세를 잡아 놓은 다음에 경기에 나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재환이는 올 시즌 키플레이어다. 정말 중요하다. 부상도 없고, 시즌(4월1일)에 들어갈 때 완벽한 몸과 마음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컨디션을 잘 조절해야 한다. 시범경기 초반부터 투입할 것이다”라고 했다.
두산은 올해 많은 변화를 시도한다.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이승엽 감독으로 새 출발하는 것 자체부터 승부수다. 이 감독의 리더십, 지난 1~2년간 침체했던 일부 선수들의 부활 여부, 뉴 페이스들의 행보, 그라운드 외적 이슈가 있는 몇몇 선수들까지. 그 중에서도 김재환의 부활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김재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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