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강철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지난 13일 중국과 맞대결을 끝으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정을 모두 종료,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실망스러운 성적이 분명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WBC에서 '4강 진출'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삼았다. 4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8강 진출. 한국은 대표팀 30인 명단을 꾸릴 때부터 호주에 포커스를 맞춘 선수 선발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회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국은 호주에 7-8로 덜미를 잡혔다. 한국 대표팀 마운드는 호주의 타선을 이겨내지 못했고, 점수를 내야 할 타이밍에는 아쉬운 플레이가 속출했다. 특히 두 번의 동점 찬스를 놓친 것이 컸다. 첫 번째는 4-5에서 대타 강백호가 2루타를 친 후 세리머리를 하는 과정에서 태그아웃을 당한 것과 7-8로 뒤진 상황에서 오지환의 땅볼에 호주의 홈을 지키는 야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지 않았던 것.
첫 단추를 잘못 꿴 대표팀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한일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 결과는 처참했다. 한국은 10명의 투수가 등판해 무려 13피안타, 9사사구를 헌납, 2009년 WBC 이후 무려 14년 만에 '콜드게임'을 당하기 직전까지 갔다. 몇몇 투수를 제외한 베테랑, 어린 선수들 모두가 일본 타선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심각한 선수들도 있었다.
2연패로 8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지만, 한국 대표팀은 B조 조별리그 3차전 체코를 7-3으로 잡아내며 '경우의 수'를 통한 8강 진출을 노렸다. 체코가 호주에게 4점 이상을 내준 뒤 승리할 경우 한국이 8강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까닭. 그러나 호주가 체코를 무너뜨리며,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사라졌다. 한국은 중국을 22-2 '콜드게임'으로 꺾으며, 역대 WBC 한 경기 최다 득점을 만들어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어느 한 가지를 손에 꼽을 수는 없지만,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한 '유력지' 기자는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타격이 매우 강한 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즉 타격 능력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장점을 꼽기 힘들다는 것.
한국은 이번 대회 B조에서 가장 많은 40점을 뽑아냈다. 한국에 이어 일본이 38점으로 2위, 호주가 29점, 체코가 16점, 중국이 10점을 손에 넣었다. 중국전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중국전을 빼더라도 22점으로 조 3위에 오를 정도로 공격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마운드가 문제였다. 한국은 B조에서 중국(40실점), 체코(30실점)에 이어 실점 3위(25점)을 기록했다. 8강 무대를 밟은 호주는 19실점, 일본은 단 8실점에 불과했다. 결국 마운드 싸움에서 밀렸던 것이다.
이강철 감독 또한 WBC 일정을 모두 마친 후 마운드 운용을 자책했다. 그는 "(예전 WBC에서는) 선발과 중간에 나갈 수 있는 선수를 확실하게 정할 수 있었다. 올해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선수를 뽑았지만, 여기(일본)에서 어긋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확실한 선발을 정했어야 했는데 내가 부족했다. 그를 정하지 못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자책했다.
중국전이 끝난 뒤 일본의 또 다른 기자는 "이러한 공격력이 호주전에 첫 번째 경기에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중국전의 모습이 한국의 야구였는데, 호주와 일본전의 결과는 매우 아쉬웠다"며 "한국은 강타자가 많지만, 역시 마운드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마운드. KBO리그라는 틀에 갇혀서 만족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
[구창모가 7일 오후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진행된 WBC 한국 대표팀과 한신 타이거스의 경기 3회말 1사 2.3루서 한신 타카야마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 오사카(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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