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국야구의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온다. “안우진을 뽑아야 했다”, “추신수의 말이 옳았다”, 양준혁의 “배 타고 와라” 등의 코멘트부터 혹사 논란까지 거론됐다. 문제 해결을 위한 본질은 아니다.
누구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그리고 존중을 받아야 한다. 학폭 이슈에 대한 안우진의 대표팀 발탁 찬반은 양측 모두 일리가 있다. 추신수의 설 연휴 발언들의 경우, 개별적으로 봐야 한다. 안우진에 대한 의견은 충분히 개진할 수 있었다. 광현종에게만 의존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일리 있었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되지 않았다는 것, 야구선배들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갔던 건 잘못된 발언이었다. 양준혁 발언의 경우, “배 타고 와라, 비행기 탈 사람은 정해져 있다”라는 코멘트는 선을 넘었다. 그러나 해당 유튜브 영상에서 야구인들이 곱씹어야 할 건설적인 비판도 꽤 있었다. 혹사의 경우, 선발투수 원태인은 7일간 4경기서 108구를 던지며 무리하긴 했다. 그러나 혹사로 보기에는 어폐가 있다. 5일간 4경기에 나선 전문 불펜 정철원과 김원중의 경우, 종종 받아들일 수 있는 스케줄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게 개별 이닝, 투구수가 많지 않았다.
중요한 건 본질이다. 현실 자각이 우선이다. 투수들의 경우 컨디셔닝이 안 됐다는 결정적 변수가 있긴 했다. 그러나 원하는 코스에 공을 넣는 능력이 예년보다 떨어지는 건 팩트다. 타자들의 경우 중국전 22점에 현혹되면 안 된다. 150km가 넘어가고, 커맨드가 정교한 일본 구원투수들의 공을 치지 못한 게 뼈 아팠다.
이런 점에 입각해 더 빠른 공을 더 정교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 더 빠른 공을 멀리,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타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을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에 입각해 한국야구 경쟁력 향상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한다.
그런 다음 프로 및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체계적인 관리가 안 되는 현실, 엘리트 학생 야구에서의 실제적 적용법 고안,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차원에서의 행정적 이슈 해결 등 각론을 파악하고 건설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시스템의 문제가 나오면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 자각을 못 하고, 곁가지에 집중하면 방향성을 잡을 수조차 없다. 일단 이번 WBC의 실패 원인을 분석할 시간이다. 그런 다음 방향성을 잡고 각론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와 비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향후 10~20년간의 한국야구 경쟁력 향상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내놓아야 한다. 당장 밀린 일기 쓰듯 하라는 게 아니라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접근하면 된다. 지금의 한국야구 위기는 특정 야구인 1~2명의 잘못이 아니다. 야구계 전체가 현실을 자각할 시간이다. 이대로 덮고 넘어가는 것, 야구계 특정 인물을 타깃 삼아 책임을 전가하는 게 최악이다.
[한국 야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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