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국이 이번 WBC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맛본 결정적 이유는 역시 마운드 난조다. 4경기 평균자책점이 무려 7.55였다. C~D조가 끝나지 않은 시점서, 14일 일정까지의 기준으로 16위. 1.50으로 전체 1위에 오른 일본과의 격차가 크다.
그런데 이강철 감독은 1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소형준이나 이의리가 자기 볼만 던져도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 선수들이 더 아쉬울 것이다.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제대회를 좀 더 나가면 뛰어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투수들의 컨디셔닝이 문제였을 뿐, 투수들의 역량 자체가 7.55를 찍을 정도까지 나쁜 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이 감독도 “그조차 실력이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이라고 했다. 실제 컨디셔닝이 이번 WBC 실패의 핑계로 둔갑해선 안 된다. 한국은 엄연히 실력이 떨어져서 2라운드에 못 갔다.
다만, 투수들의 컨디셔닝을 좀 더 좋은 환경과 조건 속에서 할 수 있었다는 의견은 외부에서 꾸준히 나온다. 2006년이나 2009년 대회 정도까지만 해도, WBC에 그렇게 진심이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투수들이 거의 준비가 안 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의 경우 언더독으로 분류된 국가들이 좋은 결과를 낸 걸 보면, 결국 투수들의 준비가 잘 됐다는 걸 알 수 있다. MBC 스포츠플러스 송재우 해설위원도 14일 다른 나라 경기를 중계하다 그런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표팀 투수들의 컨디셔닝이 대체로 잘 되지 않았던 건 대표팀 내부에서도 인정한다. 이강철 감독도 투손의 좋지 않은 날씨 탓에 투수들이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야구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투수들이 100% 컨디션을 만들고 실전에 부딪힐 때 나오는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향후 계획도 명확히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야구는 WBC서 마운드 경쟁력을 100% 객관적으로 평가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투수들의 컨디셔닝은 절대 간과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과거에 비해 스프링캠프 스타트 시점이 늦어지면서, 개개인이 몸을 만들고 시즌을 준비하는 시점도 순차적으로 늦어진 게 이번 대회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있다. 어쨌든 몸을 완전히 만든 투수들이 많은 나라들이 승승장구하는 걸 볼 때 이 부분은 한국의 엄연한 실패이자 실책이다. 투수 개개인이 자각해야 한다.
또 하나는 대표팀 훈련 일정의 아쉬움이다. 호주에서 훈련한 두산 정철원과 곽빈의 경우, 지난 1개월간 인천-시드니-인천-투손-고척-오사카-도쿄로 이동했다. 소속팀 캠프가 애리조나에 있었다고 해도 투손-고척-오사카-도쿄 스케줄이 간단한 건 아니었다.
1개월간 잦은 이동이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B조를 통과한 일본과 호주는 일본에서만 쭉 컨디셔닝을 했다. 물론 갑작스러운 악천후는 운의 영역이긴 하다. 일본에만 있었다고 해도 악천후를 만났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KBO가 다음 WBC를 준비할 때 투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강철 감독의 코멘트에 정답이 있다.
[이강철 감독(위), 대표팀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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