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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선거철마다 국가균형발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브랜드로 내세우던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면서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주창했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민주당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산은법 개정 등 절차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문제라면 법안을 두고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또한 감감무소식이다. 산은 본사를 서울로 명시하고 있는 산은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민주당의 비협조로 한 발짝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아닌 이상 공공기관 지방이전에는 협조할 수 없다는 심산으로도 해석된다.
국제신문에 따르면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국토균형발전은 민주당의 DNA에 새겨져 있는 핵심 가치”라면서도 “산은과 거래하는 기업의 69.2%, 상장사의 72.2%가 수도권에 있는 현실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논리라면 산은 외에도 다른 수도권 공공기관은 지방으로 이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이 있으니 가덕신공항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수도권 일극주의 사고와도 다를 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를 타개하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했다. 당시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지만 공공기관 1차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그나마 지방소멸의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관련된 잡음을 없애기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이 같은 기류는 지난 대선까지도 이어졌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수도권의 공기업, 공공기관 200여 곳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투자 및 출자기관도 함께 갈 수 있도록 1년 안에 다 끝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산은의 지방 이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민주당은 오히려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산은 이전 반대를 공식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 김민석 신임 정책위의장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 절차에 대해 사실상 위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 산은법 개정과 상관없이 ‘지방이전계획의 승인·고시’ 이전 단계까지는 추진해도 된다는 법률 자문 의견을 냈다. 법적 문제가 없는데도 민주당은 법적으로 문제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행안위의 ‘지방자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심사에서도 어깃장을 놓은 것은 수도권 출신 민주당 의원이었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는 수도권이 장악하고 있는 당 분위기와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169명의 민주당 의원 중 수도권 의원의 수는 100명이며, 지도부 역시 수도권 의원이 대부분이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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