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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반찬 맛보더니 "넌 내운명이야" 고백한 상사에…"엄마야" 도망쳤다

시간2023-03-31 13:57:19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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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미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관계 없음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20살 차이가 나는 40대 직장 상사로부터 고백을 받았다는 한 여직원의 사연이 공개됐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회사 차장이 제 도시락 반찬 보고는 자기한테 시집오라고 한다'라는 제목으로 27일 작성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대 후반의 직장인이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회사에서 매일 점심 사 먹고, 커피 사 먹느라 지출이 너무 커서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며 "처음엔 탕비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었지만, 다른 동료 직원들이 도시락 식사에 동참하면서 반찬을 나눠 먹었다"고 했다.

이어 "대표님이 기특하다며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해서 밥솥이랑 쌀 지원을 부탁했더니 사주셨다"며 "밥솥 요청한 죄로 밥은 제가 짓게 됐다. 주말에 마른반찬 몇 가지 몰아서 하고 아침에 메인 반찬 하나 만들어 출근하자마자 탕비실에 가서 쌀 씻어 예약 걸어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차장이 A 씨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A 씨는 "차장이 '밥은 누가 했냐' '반찬은 누가 싸 왔냐'며 먹어본 뒤 '간이 잘 됐다. 맛있다. 내 취향이다' 하면서 굉장히 관심을 보이더라"고 전했다.

A 씨는 "제가 알기론 차장님 나이는 40대 후반에, 이혼했고 아이가 한 명 있는 걸로 안다. 음식에 관심 보이길래 아이 때문에 그런가 싶었다"고 했다.

어느 날 차장이 A 씨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했고, 별다른 생각 없이 식사를 함께한 A 씨는 식사 자리에서 고백받았다.

그는 "(상사가)전처는 직장에 올인한 사람이라 제대로 된 밥 한 끼 얻어 먹어본 적 없다고 했다. 제가 만든 고추장 돼지불고기를 맛봤을 때 운명이라고 느꼈다고 하면서 본인과 결혼을 전제로 만나보지 않겠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간 아무 생각도 안 나서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트리고 '헐' 이랬다. 제 반응을 보더니, 확신에 찬 표정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더라"며 "저한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라면서, 첫 데이트에 털털하게 감자탕 먹는 모습에 또 반했다며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짓는데 저도 모르게 '엄마야' 하면서 벌떡 일어나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집에 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씨는 "집에 와서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했다"며 "대표님에게만 말씀드리고 조용히 그만두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본 누리꾼은 "신종 권고사직 수법인가" "20살 차이 나는데 고백은 너무 뻔뻔하다" "식사 자리에서 잘 뛰쳐나왔다"라는 등의 반응을 남겼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사연 퍼지자 후기 글 남기기도

A 씨는 30일 해당 글이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확산하면서 직원들도 모두 알게 됐다며 후기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같이 도시락 먹는 동료들이 '네가 쓴 거냐'고 묻더라. 맞다고 했다"며 "차장은 40대 후반이 아니고 80년생이었고 신종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글에 다들 엄청나게 웃으셨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들도 저 요리 잘하는 거 부럽고 덕분에 맛있는 반찬 잘 먹었다며 고마워하셨다. 하지만 이런 일이 생겼으니 회사에서 더 이상 도시락 먹기 힘들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좀 울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표님도 몹시 놀라시며 바로 차장님과 나가시더니 퇴근할 때까지 안 들어오셨다"며 "오늘 아침에는 대표님이 전체 직원 공지를 보냈는데 좋게 풀어 쓰긴 했지만 누가 봐도 차장님 저격하는 글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표님은 저를 따로 부르셔서 차장은 며칠 휴가 냈으니 마주칠 일 없고, 차장 복귀하면 저도 휴가 줄 테니 쉬고 와도 된다고 하셨다"며 "이 일이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좀 울었다"고 했다.

끝으로 "대표님도 제가 밥솥에 애착이 있어 보이신다며 집에 가져가라고 하셔서 넙죽 받았다"며 "좋은 대표님과 동료 덕분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취업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다시 기억 밖으로 내보내고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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