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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모습.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닷새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압수 수색이 진행된 이후 20~40명 안팎의 의원·당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당 차원의 후속 조치도 없는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핵폭탄급 사건에 너무 조용하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의 도덕 불감증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는 대응을 주로 하고 있다. 해당 전당대회에서 신승을 한 송영길 전 대표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치부하면서 “정치적 수사”라고만 비판했다. 검찰 수사가 송 전 대표를 향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는 7월까지 예정대로 파리에 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석에서 “수천, 수억도 아니고 고작 300만원을 갖고 그러나” “검찰이 곶감 빼 먹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별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는 아직 대응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선우 대변인은 16일 취재진과 만나 “당 차원에서 진상 규명 관련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아직 논의 중”이라며 “진상조사단 설치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사건 관련 녹취록 등이 계속 언론에 공개되고 있는 만큼 ‘수위’를 따져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는 상황이다. 비명계 핵심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가) 현 상황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주장하는 ‘검찰 탄압’에 당 전체를 끌고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이 터진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실체적 진실은 선제적으로 따져보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당장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언하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지도부가 자신들이 가진 하자 탓에 얘길 못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뭉개기식 대응이 과거 사건과 비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당시 당 지도부는 고승덕 전 의원의 폭로가 있은 지 이틀 만에 수사 의뢰했다.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민주당에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손학규 대표 측이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에게 “호남향우회를 독려해 달라”며 100만원짜리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적 있다. 당시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꼬리 자르기라 하더라도 과거 정치판에는 비리 사건에 대해 ‘인정의 문화’가 있었다”며 “조국 사건을 거치면서 무조건 아니라는 식으로 버티다 보니 검찰은 ‘이래도 안 부끄럽나’라며 더 구체적인 것으로 망신을 주는 게 공식화됐다”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부부는 아들의 미국 대학 시험을 ‘가족 채팅방’을 통해 대리했는데, “아빠 준비됐다” “엄마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등의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서도 “형님, 기왕 하는 거 우리도 주세요”라고 일부 의원이 봉투를 요구했다는 녹취가 공개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민주화 운동 같은 투쟁이 아니라 개인 부패 사안인데 민주당은 80년대 운동권 방식으로 여론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반성·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조국 일가 사건처럼 형량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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