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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이현호 기자] “수비를 못해서 공격 축구를 하는 것이다.”
이민성 대전 하나 감독은 ‘닥공(닥칙고 공격)’ 모드를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대전 하나는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7라운드를 치렀다. 두 팀 모두 공수 전환이 굉장히 빨랐다. 울산이 공격권을 쥐고 슈팅까지 때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대전이 공을 뺏어내 반대편 진영까지 달려왔다. 이 패턴이 계속 반복됐다.
90분 내내 쉴 새 없이 공격이 이어졌다. 16,000여 관중들은 잠시도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슈팅 하나하나, 드리블 하나하나에 팬들이 열광했다. 지켜보는 취재진도 덩달아 신이 났다. 누가 이기든 이길만한 자격이 있는 경기였다.
결국 홈팀 대전이 2-1로 이겼다. 전년도 챔피언 울산은 개막 7연승에 도전했지만 승격팀 대전에 발목을 잡혔다. 대전은 홈 무패 행진을 연장했다. 대전 홈팬들은 반대편에 있는 울산 팬들을 향해 “잘~ 가세요! 잘~ 가세요!” 작별사를 건넸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 나온 홍명보 울산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두 팀을 칭찬했다. 먼저 “정말 재밌었다”면서 “대전의 전방 압박이 빠르다는 걸 알았다. 시즌 내내 오늘처럼 치열한 경기만 하면, 선수들이 20경기쯤 하고 지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퀄리티가 높았다는 뜻이다.
이어 “K리그에서 이런 경기를 해야 한다. 강팀 상대로 내려서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대전이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칭찬했다. 또한 상대팀 사령탑 이민성 감독에게 “나이에 비해 경험이 많은 지도자다. 여러 감독 아래서 코치 생활을 했다. 프로팀, 대표팀 모두 경험했다. 준비된 지도자다. K리그1 승격 첫해지만 앞으로 K리그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잠시 뒤 기자회견장에 나온 이민성 감독은 오히려 덤덤한 표정이었다. 이 감독은 “악으로 뛰어서 이겼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다. 공격적으로 해야 상대팀이 잘하는 걸 방해할 수 있다. 선수 구성상 공격적으로 해야 더 좋은 모습이 나왔다. 대전이 유지해야 할 콘셉트”라고 강조했다.
이민성 감독은 어느새 대전 부임 3년 차다. 이 점을 강조했다. “대전에서 3번째 시즌을 맞는다. 지난 3년간 수비적으로도 해보고, 공격적으로도 다 해봤다. 우리는 수비적으로 내려서면 플레이가 안 되는 팀이다. 수비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저도 때에 따라 수비적인 전술로 바꿔보고 싶다. 수비를 잘하면 수비 전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비가 안 되기 때문에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것이다. 제가 있는 한 대전은 공격적인 축구를 계속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의 ‘닥공’이 2023시즌 K리그 판도를 가를 것으로 기대된다.
[홍명보 감독, 이민성 감독, 환호하는 대전 선수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대전 하나 제공]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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