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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 전경. /강원도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강원도 한 고등학교 기숙사 정문 한쪽엔 지난 4월 초 텐트가 하나 설치됐다. 이 텐트는 낮에는 비어있다가 새벽 1시쯤 되면 누군가 안으로 들어간다. 이 학교 교장은 기숙사 관리를 위해 한 달 넘게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14일 강원도교육청 등을 인용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학교 기숙사에서 일하는 생활지도원(사감)들이 밤샘 근무 중 충분한 휴식 시간과 독립된 휴게 공간을 학교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생활지도원은 월∼목요일 하루 10시간씩 한 주에 총 40시간 일한다.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숙사를 지킨다. 하루 평균 15시간인데 새벽 시간대인 1∼6시는 휴게 시간으로 활용하기로 학교 측과 계약했다. 이 학교 생활지도원은 2명이다.
생활지도원들은 새벽 휴식 시간에 기숙사에서 이런저런 상황이 발생할 때가 많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한다. 독립된 휴게공간을 보장받지 못해 쉬는 듯 일하는 이른바 '그림자 노동'이 생긴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학교와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 동안 기숙사를 떠나게 됐다. 심야 시간대 기숙사 관리에 구멍이 생기자 학교 측은 고민이 빠졌다. 이에 교장과 교감이 이 시간에 기숙사를 지키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교장과 교감이 모두 남성이어서 남학생 기숙사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여학생 기숙사에는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교장은 기숙사 정문 앞에 텐트를 치기로 결정했다.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자 강원도 교육청이 중재에 나섰다. 대체 인력 투입과 정원 확대 등 여러 방안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당장 합의를 이끌긴 어려운 상황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발생한 시기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학생 안전을 위해선 야간에 공백이 없어야 해 인원을 추가로 채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교육청 차원에서 풀어야 할 부분과 학교 차원에서 풀어야 할 부분이 있어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학교는 비슷한 문제로 한 달여간 급식이 끊기기도 했다. 기숙사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하루 세 끼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데 조리 종사원 수가 규정보다 부족해 학교와 조리 종사원 간 갈등이 발생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점심 급식만 제대로 제공했고 아침과 저녁은 김밥이나 빵 등으로 대체했다. 학교 측은 조리 종사원과 협의 끝에 추가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15일부터는 세끼 급식이 정상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기숙사를 운영하는 상당수 학교가 이와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기숙사 생활지도원과 조리 종사원이 희생하거나 양보하는 부분이 있어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숙사 생활지도원과 조리 종사자 등이 규정 준수를 요구하고 나서면 다른 기숙학교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신경호 강원도 교육감이 학력 향상 정책 중 하나로 기숙학교 부활을 공언해 관련 규정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도내 고교를 돌며 구체적인 운영 실태와 수요 조사에 들어갔다.
앞서 신 교육감은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운영하고 점심은 물론 아침과 저녁까지 세 끼를 모두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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