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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블로그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탁금으로 납부한 1억원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은 범죄 수익금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검찰이 수사 중이다.
검찰은 김용씨가 현금 뭉치를 이 대표 자택에 옮긴 뒤,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들이 이 돈을 이 대표 계좌에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평소 집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16일 검찰 수사기록 등을 입수해 보도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2021년 6월 28~29일 이틀에 걸쳐 이 대표 농협 계좌에는 총 3억2500만원이 입금됐다. 1억5000만원(28일 오후 4시19분), 5000만원(29일 오전 9시36분), 1억2500만원(29일 오후 3시55분) 등이다. 이 대표는 이 중 1억원을 대선 후보 예비경선 기탁금 명목으로 사용했다.
이 대표 측은 3억2500만원의 출처에 대해 2019년과 2020년 본인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 및 부조금이라고 설명했다.2020년 말 기준, 공직자 재산공개 때 현금 보유분으로 신고했던 3억2500만원과 일치하는 액수다. 이 대표 측은 “인출한 현금을 집에 갖고 있었고, 2020년 3월 모친상 조의금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해당 자금이 2021년 6월 28일 입금 당일 김용씨가 수원의 한 일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이 대표 자택에 옮겨놓은 돈이라고 보고 있다. 김씨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수수한 혐의를 받는 8억4700만원의 사용처에 대해 추적하던 중 확보된 통화 녹음과 은행 전표 등을 토대로 한 추론이다.
검찰이 확보한 이 대표 계좌 거래내역을 보면, 처음 입금된 1억5000만원은 은행 마감이 지난 오후 4시19분에 처리됐다. 이 대표의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청 별정직 5급 배모씨가 “은행에 얘기해 놨다”며 급하게 돈을 넣으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배씨는 앞서 오후 2시쯤 부하 직원과 통화에서 “일단 도청에 가서 A비서 데리고 빨리 수내동으로 가라”며 “2시 반까지 간다고 그랬으니까 A비서 데리고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성남시 수내동엔 이 대표 자택이 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김씨가 이 대표 자택에 현금을 옮겨 놓고, 배씨가 A비서 등을 시켜 돈을 가져와 농협 경기도청 출장소에 입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재산공개 내역과 일치하도록 돈이 입금된 것으로 파악했다. 배씨는 6월 29일 오후 12시 30분쯤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과 통화에서 “현금 신고내역을 기억하지 못하니 신고내역 사진을 보내달라”며 “짜증난다”는 혼잣말도 했다. 검찰은 배씨가 이 대표의 재산공개 내역에 맞춰 돈을 넣으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2019~2020년 인출한 현금을 집에 보관했다’는 이 대표 주장을 뒤집을 증거로 은행의 출금 기록을 확보했다. 이 대표가 2019년 3월, 1억 5000만원을 출금할 당시 은행의 고액 현금거래 경위보고엔 ‘생활비 목적’으로 기재됐다. 같은 해 10월 5000만원이 인출될 때도 ‘변호사비’라고 적혀 있다.
당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는 등 형사 재판으로 변호사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지난 4일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에서 공개하려 했지만, 김씨 측이 “이 사건과 관련 없다. 그런 점이 의심되면 따로 수사를 하라”고 반발하면서 일부를 공개하는 데 그쳤다.
검찰 관계자는 “김용 전 부원장이 불법 수수한 돈이 이 대표의 선거비로 쓰였다고 의심하고 있다”며 “2019, 2020년에 인출한 돈과 부조금을 집에 보관했다가 2021년에 다시 계좌로 입금해 기탁금으로 쓴다는 건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내에서도 자금 용처 수사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증거로 입증됐다면 검찰이 이렇게 법정에서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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