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올 시즌 기록된 타구 중 가장 빠른 타구였다. 181.8km의 타구는 야수가 미처 낙화 지점을 파악하기도 전에 공이 날아온다.
지난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이재원의 타구가 그랬다. 이재원은 1-2로 추격한 4회 말 무사 만루에서 초구부터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KT 중견수 알포드의 키를 넘기며 대형 3타점 싹쓸이 2루타가 됐다.
배트에 맞은 공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레이저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알포드가 미처 반응할 시간도 없이 타구는 순식간에 중견수 키를 넘겼다. 타석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중견수가 반응할 시간도 없을 만큼 빠른 타구를 만들어 내는 이재원이 얼마나 매력적인 타자인지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지난 16일 경기에서는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비거리가 각각 136m, 121m로 압도적이었다. 잠실야구장이 좁게 느껴질 만큼 어마어마한 비거리로 손쉽게 담장을 넘겨버리는 그의 타격에 반하지 않을 지도자는 없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과 이호준 코치도 그랬다. 이재원은 지난해 가을 염경엽 감독이 LG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상무 야구단에 입대할 예정이었지만 염경엽 감독의 요청으로 입대를 미뤘다. 염경엽 감독은 이재원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해 "앞으로 하위타선에 꾸준히 출전시키겠다. 그에게 필요한 건 기회다"라며 꾸준한 출전을 약속했다.
이렇게 올 시즌 염경엽 감독과 이호준 코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재원이지만 부상으로 5월이 돼서야 복귀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왼쪽 옆구리 부상을 당한 이재원은 예상보다 오랜 시간 1군 타석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5월부터 간헐적으로 대타 출전하긴 했지만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과 이호준 코치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집중적으로 그를 지도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재원 타격 훈련 시간이 되면 항상 그라운드로 나왔다. 가까이에서 그의 타격을 지켜본 뒤 직접 배트를 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재원의 하체 중심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했다. 염경엽 감독은 타격 시 왼발을 땅에 짚고 발목을 돌릴 때의 문제점을 이야기했고 이재원도 자신의 문제점을 바로 인지하고 수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체가 흔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테이크백부터 마지막 팔로스로우까지 부드럽게 연결한다면 이재원의 파워라면 발사각을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도 쉽게 홈런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6일 기록한 두 번째 홈런이 그랬다. 발사각 30.9도로 발사각이 다소 높았지만 테이크백부터 팔로스로우까지 부드럽게 연결되었고 타고난 파워로 비거리 121m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제 이재원은 자기 몸에 맞는 타격 루틴을 찾았다. 지금의 좋은 감각을 하루빨리 자신의 것으로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공을 많이 보고 덤비지만 않는다면 올 시즌 이재원은 '잠실 빅보이'를 넘어 'KBO 빅보이'가 될 수 있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과 이호준 타격코치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은 이재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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