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은 작년 10월 부임한 뒤 장원준을 직접 만났다. 또 한번 은퇴 기로에 놓인, 38세 시즌을 앞둔 베테랑의 손을 잡았다. “기회를 줄 테니 잘해보자.” 그렇게 장원준은 다시 힘을 얻고 2023시즌을 준비했다.
“시범경기 구위가 별로라서…” 이승엽 감독은 시범경기서 이런 생각을 했다. 1군에서 불펜으로 쓸까 생각도 했지만, 2군에서 다시 준비시키기로 했다. 장원준은 2군에서 권명철 투수코치의 추천으로 투심을 다듬었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점검했고, 무엇보다 패스트볼 스피드를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23일 잠실 삼성전. 5이닝 7피안타 4탈삼진 4실점했다. 타선의 도움으로 생각지도 않던 130승이 찾아왔다. 2018년 5월5일 잠실 LG전 이후 5년만의 승리. 배터리 파트너 양의지가 4년간 NC를 다녀오는 동안, 장원준은 사경을 헤맸다. 그런 양의지는 장원준을 두고 “안쓰럽다. 오래오래 해요”라고 했다.
장원준은 130승을 따낸 직후 “승리는 생각도 안 했다. 5이닝 동안 최소실점으로 버티자는 생각이었다. 2회에 점수를 많이 줬는데, 공격적으로 승부했다. 타자의 방망이에 맞추겠다고 생각했다. 의지 미트만 보고 던졌다”라고 했다.
5년간의 어둠의 터널을 돌아봤다. 장원준은 “심리적으로 쫓겼다. 밸런스가 무너졌고, 되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예전의 폼이 안 나오는데 그 폼을 쫓아가려고 했던 게 문제”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장원준의 매커닉이 예전 잘 나갈 때와 미묘하게 다르다. 그는 “팔이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옆으로 회전해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 했다. 밸런스도 좋아졌고, 힘을 쓰는 포인트가 좋아졌다”라고 했다.
2020년 10월7일 인천 SK전 이후 2년간 선발투수를 못했다. 이승엽 감독은 “아마 선발을 하고 싶을 겁니다”라고 했다. 모든 투수의 로망이 선발이고, 선발로 129승을 일군 장원준이니 욕심이 나는 건 당연했다. 장원준은 “중간으로도 뛰었는데 마음 한 구석에선 선발로 한번 던지고 싶었다”라고 했다.
그렇게 확 달라진 모습으로 130승을 일궈냈다. 한편의 감동드라마였다. 다음 회차는 또 어떨까. 장원준은 “이젠 승리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라고 했다. 선발로 나가 승리까지 맛봤으니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그저 “팀이 필요한 상황에 올라가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던지고 싶다”라고 했다.
실제 두산은 토종에이스 곽빈이 곧 돌아온다. 딜런 파일도 다음주면 다시 준비가 가능하다. 그렇게 선발진이 채워지면, 장원준은 지난 2년간 익숙했던 불펜으로 돌아가거나, 2군에 내려가 다시 ‘임시 선발’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이승엽 감독의 디시전이다.
인터뷰에 응하던 장원준의 표정에서 후련함이 느껴졌다. 그는 “이렇게 관두면 후회할 것 같았는데,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내 생각엔 선발로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이젠 목표도 없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라고 했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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