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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나미 신타로는 고교시절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뿌리는 등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라이벌로 불렸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4개 구단이 후지나미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리고 제비뽑기의 운은 한신 타이거즈가 거머쥐었다.
후지나미의 데뷔 초반 활약은 엄청났다.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오타니보다 뛰어났다. 후지나미는 2013시즌 10승 6패 평균자책점 2.75로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냈고, 2014시즌 11승 8패 평균자책점 3.53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2015년 14승 7패 평균자책점 2.40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후지나미는 2016시즌 한 경기 8이닝 161구의 혹사를 당하는 등 7승 11패 평균자책점 3.25로 성적이 떨어졌고, 2017년 3승, 2018년 5승에 머무르는 등 부진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2시즌 후반기에는 전성기에 버금가는 모습을 되찾으며 메이저리그 진출의 뜻을 드러냈다.
당초 후지나미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을 두고는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2022시즌 후반기 페이스가 좋아졌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모습이 너무나도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지나미는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았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1년 325만 달러(약 43억원)의 결코 적지 않은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미는 과정에서 준비를 잘했던 것일까. 후지나미는 시범경기 5경기에서 18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7개의 볼넷을 내줬으나, 최상의 결과를 거두는 등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86의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분명 달랐다.
후지나미는 정규시즌 첫 등판인 LA 에인절스전에서 2⅓이닝 8실점(8자책)의 충격적인 성적을 남기며 최악의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4⅓이닝 5실점을 기록했고, 뉴욕 메츠에게 6이닝 3실점으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2⅓이닝 8실점으로 또다시 부진한 뒤 결국 선발 보직을 반납하게 됐다.
최고 160km를 넘나드는 엄청난 공을 뿌리는 것을 봤을 때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구 난조가 심각하다. 후지나미는 정규시즌 27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과 사구를 합친 사사구가 무려 28개에 달한다. 1이닝 당 1개 이상의 사사구를 헌납하고 있는 셈이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56%에 불과하니 투구 내용이 좋아질 수가 없다.
후지나미가 속한 오클랜드는 26일 경기 개시 전을 기준으로 10승 41패로 승률이 0.196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최악의 역사를 쓸 정도로 흐름이 좋지 않다. 포스트시즌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 만큼 오클랜드는 후지나미를 마이너리그로 내리지 않고 어떻게든 살려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데 이어 이제는 '오프너'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은 25일 경기에 앞서 후지나미를 선발로 기용해 짧은 이닝을 던지는 '오프너' 역할을 맡길 뜻을 드러냈다. 캇세이 감독은 "선발 경험이 있는 후지나미가 오프너의 옵션이 될 수 있다"며 "기용 방법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젊은 선발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싸늘하다. 미국 '스포츠키다'는 24일 "큰 기대를 받고, 오클랜드의 현명한 움직으로 예상됐던 계약은 이제 악몽으로 바뀌었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클랜드의 실험이 과연 통할 수 있을까. 평균자책점 12.69, 지금의 흐름이라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후지나미 신타로.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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