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22년 KIA 스프링캠프 당시, 슈퍼루키 김도영만큼 기대를 모은 신예가 윤도현(20)이었다. 윤도현은 무등중, 광주제일고 시절 김도영과 라이벌로 꼽힌 우투우타 내야수였다. 동성중, 동성고를 졸업한 김도영과 자연스럽게 기량이 비교됐다.
김도영이 입단 전부터 ‘문김대전(한화 문동주)’의 주인공으로 기대를 모았던 건 맞다. 그러나 KIA는 내부적으로 윤도현 역시 대형 내야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도영처럼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김도영보다 발은 조금 느려도 장타력은 더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신인 치고 상당히 다부진 몸으로 주목을 받았다. KT와의 기장 연습경기서 바깥쪽 꽉 찬 패스트볼을 힘 있게 밀어 1,2간으로 적시타를 터트리기도 했다. 당시 전직 단장은 “윤도현은 밀어서 칠 수 있는 매커닉을 갖고 있다. 신인이 저렇게 치기 어렵다. 좋은 운동능력도 갖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윤도현의 데뷔 1년차는 시련이었다. 3월14일 시범경기 대구 삼성전서 오재일의 뜬공을 처리하다 김도영과 부딪혀 오른손 중수골이 골절됐다. 결국 2022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퓨처스리그서도 단 1경기도 나가지 못했다.
올해도 햄스트링 부상이 겹치며 한동안 재활해야 했다. 프로 선수에게 몸이 재산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최근 퓨처스리그서 조금씩 얼굴을 내비쳤다. 11경기서 38타수 9안타 타율 0.237 3홈런 6타점 OPS 0.724. 애버리지는 떨어져도 한 방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입증했다.
김종국 감독은 애당초 윤도현을 급하게 1군에 올릴 뜻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28일 광주 LG전을 앞두고 전격 콜업했다. 3루수 변우혁이 초반부터 실책을 범하자 과감하게 3회초 수비에 윤도현을 3루수로 투입했다. 6회 2사까지 타구가 한 번도 가지 않았으나 오지환의 뜬공을 잘 처리했다. 반면 5회말 생애 첫 타석에서 LG 임찬규의 커브에 맥없이 헛스윙 하며 삼구삼진을 당했다.
결정적으로 7회초 선두타자 박동원의 3루 파울지역으로 날아간 뜬공을 잡지 못했다. 낙구지점 포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평범한 타구였으나 지나치게 덕아웃 쪽으로 붙었고, 결국 몸을 날린 끝에 놓쳤다. 경험 미숙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7회말 1사 1루서 대타 김규성으로 교체됐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김도영도 작년 4월에 1군을 처음으로 경험할 땐 공수주에서 미숙한 플레이들이 있었다. 중~고교와 프로 2군, 프로 2군과 프로 1군은 차원이 다른 무대다. 윤도현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김종국 감독도 전천후 백업으로 충분히 시간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제 관심사는 4월2일 인천 SSG전서 발등을 다친 김도영이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돌아올 때까지 윤도현이 1군에 생존해 있느냐다. 윤도현이 그때까지 1군에서 버티면 김도영과 선의의 경쟁 혹은 공존을 통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김도영과 윤도현의 롤은 겹친다. 윤도현이 1군에 올라온 건 홍종표의 말소에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홍종표는 김규성과 함께 백업이었다. 여기에 주전 3루수 류지혁이 최근 옆구리가 조금 좋지 않아 27일 경기에 결장했고, 28일에도 타석에는 들어가지 않으면서 윤도현에게 기회가 왔다고 봐야 한다.
즉, 윤도현으로선 1군 적응과 별개로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백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김도영이 돌아올 때까지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김도영이 돌아올 때까지 버틴다면 그 자체로 1차 관문은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윤도현으로선 밑져야 본전이며, 2군에 내려가도 실전 경험을 쌓으며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광주 아마야구를 주름잡았던 두 특급 대형 신예 내야수가 1군에서 함께 뛸 수 있을까. KIA 팬들이 7월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 이유가 생겼다.
[윤도현(위, 가운데), 김도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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