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박주호(36·수원 FC)가 은퇴를 선언했다. 지금은 '나은이 아빠'·'슈퍼맨' 등으로 더 많이 불리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현대축구에 맞는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개인적으로 박주호를 처음 본 건 그가 청소년 대표였던 시절이다. 터치라인 밖에서 한 선수가 스로인을 준비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자세와 다르다. 뒤로 좀 물러서서 일종의 도움닫기 같은 걸 하더니 공을 지지대 삼아 텀블링을 한 뒤 멀리 던진다. 일명 '텀블링 스로인'이다. 신기한 기술을 선보인 인물이 바로 박주호다.
박주호는 레프트백으로 자리를 잘 잡아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기본기가 좋고 왼발을 잘 쓰며 오버래핑 능력도 준수해 '이영표 후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비록 기대만큼 한국 국가대표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되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이광종호의 금메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홍콩과 16강전(한국 3-0 승리)에서 터뜨린 왼발 중거리포는 지금 봐도 이른 더위를 날릴 정도로 시원하다.
유럽 무대에서 경험을 더하며 잔뼈가 더 굵어졌다. 일본 J리그를 거쳐 2011년 스위스 FC 바젤에 입단한 그는 리그 최고 레프트백으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신성이었던 '이집트 메시' 모하메드 살라의 룸메이트로 성장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13년 독일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로 이적해 두 시즌을 뛰었고, 2015년 명문클럽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둥지를 옮겨 역시 두 시즌을 소화했다. 그리고 K리그로 돌아와 울산 현대, 수원 FC에서 활약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축구 선수로서 박주호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현대축구형 유틸리티'이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측면과 중앙 포지션은 커버 공간과 움직임 등이 많이 다르다. 뛰는 방향이나 플레이 스타일도 판이하다. 당연히 멀티 플레이를 강조하는 현대 축구에서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은 더 대접을 받는다. 물론 축구 지능과 실력이 월등해야 '멀티 소화'가 가능하다. 독일의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스타이거, 덴마크의 미하엘 크론델리, 그리고 박주호가 측면과 중앙에서 모두 뛸 수 있는 '현대축구형 유틸리티'의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어쩌면 축구선수로서 실력과 가치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다른 부분들에 묻힌 건지도 모른다. 다재다능하며 성실한 축구선수 박주호는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며 어느 팀에서나 구심점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선수로서 한국, 일본, 스위스, 독일 무대를 두루 경험한 박주호가 멋진 지도자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박주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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