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화 이글스는 2022시즌이 끝난 뒤 144경기에 출전해 166안타 12홈런 43타점 88득점 타율 0.289 OPS 0.795를 기록한 마이크 터크먼과 결별했다. 장타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친 만큼 재계약을 맺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한화는 당연히 2023시즌 동행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터크먼이 한화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터크먼과 더 이상 동행할 수 없음이 확실시된 한화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영입을 위해 움직임였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에 몸담았던 브라이언 오그레디와 연이 닿았다. 오그레디는 정교함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지만,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한 방' 능력을 갖춘 타자. 한화는 일본에 비해 한 단계 아래인 KBO리그에서 오그레디가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오그레디의 영입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정교함 부족'이라는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그레디는 시범경기 12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거포 본능'을 발휘했으나, 타율은 0.114에 불과했다. 그리고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에는 단 한 개의 홈런도 뽑아내지 못하는 등 22경기에서 타율 0.125로 허덕였다.
한화는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오그레디가 심적인 안정을 찾고, KBO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2군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2군에서도 성적은 처참했다. 오그레디는 8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5안타를 뽑아내는데 그치는 등 타율 0.179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한화는 지난달 31일 오그레디를 전격 방출했다.
썩고 있던 이를 뽑아냈지만, 이후 한화는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그레디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지 약 2주의 시간이 흘렀지만, 대체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입할 만한 재목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선수들을 품에 안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유도 다양하다. 한화가 신분조회를 하면 해당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콜업되거나, 선수 또는 구단이 이적을 거부, 가족 문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원호 감독이 매 시리즈마다 외국인 타자 영입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한숨을 늘어놓는 이유다. 비록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는 한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최원호 감독이 생각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돈'과 '보류권'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의 경우 비활동 기간(11월)을 기준으로 남아 있는 기간에 비례해 연봉이 지급된다. 지금 당장 한화가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품에 안더라도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만 달러 중반에 불과하다. 이는 이적료까지 포함된 금액.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이 오른 가운데, 이적료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연봉이 줄어들 경우 선수들은 당연히 미국 잔류를 택할 수밖에 없다.
보류권도 문제다. KBO리그를 방문했던 외국인 선수가 보류권이 묶일 경우, 시즌이 끝난 뒤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KBO리그에 잔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원소속팀이 보류권을 풀어줘야 하는데,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의 보류권을 풀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류권을 풀어준 뒤 다른 팀으로 이적해 좋은 활약을 할 경우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은 "지금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이 50 몇만 달러 밖에 안 된다. 이적료를 포함한 금액. 그리고 KBO리그에 잘못 들어오게 될 경우 보류권에 묶여서 내년에는 다른 팀으로 가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전트들은 보류권 제도가 없는 일본을 먼저 가려고 한다. 아니면 내년까지의 장기계약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입장에서는 영상만 보고 장기 계약을 맺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화가 선수에게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다. 그럴수록 좋은 선수를 품을 가능성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최원호 감독은 "어설프게 몇 달 해보지도 못하고 보류권만 묶이는 것보다 결국 선수들은 100만 달러를 받고 새 시즌에 오고싶어 한다"며 "진짜 저희가 메이저리그 많이 보냈다. 서너 명은 보냈다"고 멋쩍게 웃었다.
현재 한화는 의도치 않게 메이저리거 양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과연 어느 시점에 어떠한 선수가 한화의 유니폼을 입게 될까.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 한화 시절의 브라이언 오그레디.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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