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IA 멀티맨 최원준(26)은 2018년 7월25일 대전 한화전서 희한한 경험을 했다.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뒤 우익수, 유격수로 잇따라 옮겼다. 한 경기서 두 차례 포지션을 변경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내야와 외야를 이런 식으로 넘나드는 케이스는 더더욱 희귀하다.
그해 최원준은 포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포지션에 조금씩 나섰다. 당시 KIA는 2017년 통합우승 직후 베테랑들이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다. 최원준은 이 포지션, 저 포지션으로 옮겨 다니면서 주전들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1군에서의 생존력을 끌어올렸다.
2016년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해 처음으로 100경기(101경기) 넘게 나섰고, 331타석을 소화했다. 당시 김기태 전 감독은 최원준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았다면 이 정도 타석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어차피 확실한 주전이 아니라면, 충분히 타석을 얻기 위해선 멀티포지션이 필수라는 얘기였다. 최원준의 타격 잠재력이 남달라 키워볼 만하다는 판단이 선 상황이었다.
최원준이 너무 많은 포지션을 옮겨 다니자 일각에선 비판의 시선도 있었다.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수비 부담이 더 커지고, 타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였다. 실제 수비에선 아찔한 순간이 적지 않았다. 한 포지션에 고정해 육성하는 게 옳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 전 감독은 당시 기준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베테랑들을 밀어낼 정도의 경쟁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 최원준은 2020년 맷 윌리엄스 전 감독의 부임과 함께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엔 중견수였으나 우익수로 정착해 풀타임 주전으로 2년을 보냈다. 여전히 리그 정상급 수비력과 거리가 있지만, 외야에만 집중하니 수비력도 점점 좋아진다는 호평을 받았다.
상무에서 전역하니 상황이 또 달라졌다. KIA는 나성범을 영입했고, 리그 최고의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 또한 외야수다. 최원준도 상무 시절 막판 전역 후 살아남기 위해선 1루수 미트를 준비해야 한다고 직감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최원준은 전역 직전 약 1주일간 1루 수비를 연습한 뒤, 13일 키움과의 복귀전서 2번 1루수로 나갔다. 현재 KIA 1루수들의 생산력이 떨어지니, 최원준은 당분간 1루수로 기용될 듯하다. 물론 김종국 감독은 외야수 기용 가능성도 열어 놓은 상태다.
어떻게 보면 여러 포지션을 보는 능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전역하자마자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원준이 1루수를 맡을 수 없다면, 당장 외야에서만 승부한다면 활용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잘 하고 있는 이우성과 고종욱을 쉽게 빼긴 어렵기 때문이다.
최원준은 “그때 그 경험(다양한 포지션 소화)이 없었다면, 1루 수비가 지금보다 더 불안했을 것이고, 감독님도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회와 경험은 소중하다”라고 했다. 김기태 전 감독 시절의 경험이 본인에겐 힘들었던 시간일 수 있다. 실제 포지션을 옮기는 빈도나 이동 폭이 지나치게 컸던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원준의 말대로 그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보지 못했다면 장기적으로 1군에서의 생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8년 331타석, 2019년 255타석을 소화해보며 타격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지 않았다면 2020년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잡는데 어려움울 겪었을 수도 있다.
최원준은 여전히 26세다. 풀타임 5년을 채웠고, 3년을 더 채우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복귀전부터 밀어서 2안타를 생산하는 걸 보면, 역시 타격 센스는 상당하다. 앞으로 3~4년간 꾸준한 성적을 내면, FA 시즌 전후로 가치가 폭등할 수도 있다. 많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활용폭이 넓은 선수다. 젊은 날의 고생이 훗날 달콤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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