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배지환(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내셔널리그 MVP 레이스 선두를 달리는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주인공이 아니다. 적어도 2023시즌 도루 레이스의 1인자는 에스테우리 루이즈(24,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다.
루이즈는 올 시즌 72경기서 285타수 75안타 타율 0.263 1홈런 29타점 30득점 36도루 출루율 0.320 장타율 0.344 OPS 0.664다.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오클랜드 주전 중견수로서 꾸준히 출전하며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1999년생 유망주다. 2022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17경기에 나서며 메이저리그의 맛을 봤고, 올 시즌이 풀타임 첫 시즌이다. 이미 마이너리그에선 통산 243도루를 자랑하는 대도다. 작년에는 더블A와 트리플A 합계 114경기서 85도루에 성공했다.
뛰는 무대의 레벨만 달라졌을 뿐, 도루 페이스가 비슷하다는 게 놀랍다. 오클랜드는 19일(이하 한국시각) 필라델피아 필리스전까지 소화한 시점에서 88경기를 남겨뒀다. 루이즈는 72경기서 36도루를 했으니, 오클랜드의 잔여 88경기에 모두 나가면 44도루를 추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올 시즌 80도루 페이스라는 얘기다. 이게 의미 있는 건,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시즌 80도루 이상 성공한 선수를 찾으려면 무려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대도 리키 헨더슨(뉴욕 양키스)이 93도루로 메이저리그 도루 전체 1위를 차지했고, 빈스 콜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81도루로 내셔널리그 도루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시즌 80도루를 돌파한 선수는 없었다. 시즌 70도루를 넘긴 선수들만 종종 나왔다. 2009년 제이코비 엘스버리(보스턴 레드삭스)가 70도루로 메이저리그 도루 전체 1위를 차지한 게 가장 최근이었다. 2010년대 이후로는 70도루를 찍은 선수도 나오지 않았다.
타자들 사이에 벌크업이 유행하며 장타의 시대가 열렸다. 투수들은 주자를 잡는 홀딩 기술을 향상했다. 포수들은 강한 어깨로 중무장했다. 2010년대 들어 도루가 주는 짜릿함은 반감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루이즈는 최소 70도루 이상 가능할 전망이다. 내셔널리그 1위를 달리는 아쿠나도 60~70도루가 가능하다.
피치클락 도입, 과도한 수비 시프트 금지, 주자 견제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여러모로 뛰는 야구가 다시 득세할 조짐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인기가 점점 떨어지는 메이저리그의 부활을 위해 홈런과 삼진보다 인플레이 상황의 증가를 기대한다. 도루와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 주루의 가치가 다시 커졌다.
루이즈가 아쿠나(0.403)보다 출루율을 비롯한 전체적인 타격 생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도루 전체 1위를 추월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슬아슬하게 전체 1위를 지킨다. 루이즈가 실제로 80도루에 도전하려면 역시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할 전망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흔히 말하는 ‘자기 스윙’을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다. 그럴 경우 타율과 출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루할 기회는 일단 1루에 나가야 주어진다. 루이즈도 그렇고, 메이저리그 도루 탑5를 지키는 배지환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루이즈.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