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디 어슬래틱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거 103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오타니가 2023-2024 FA 시장에서 LA 다저스와 계약할 것이라고 예상한 선수가 전체의 57.2%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에인절스와의 재계약은 11.4%, 샌디에이고 파드레스행을 7.2%, 뉴욕 양키스행을 6.3%로 예상했다. 시카고 컵스, 시애틀 매리너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보스턴 레드삭스도 선수들의 표를 받았다. 선수들조차 2023-2024 FA 시장에서의 다저스의 총공세를 예상한다는 의미다.
LA 다저스는 2022-2023 FA 시장에서 지나칠 정도로 외부 FA에게 투자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5억달러, 심지어 6억달러 계약 얘기가 나오는 오타니에 대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수들이라고 해서 이를 모를 리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마음 먹고 투자한다면, 다저스를 이길 팀은 많지 않다.
물론 ‘억만장자 구단주’를 보유한 뉴욕 메츠와 양키스, 샌디에이고 등 전통의 빅마켓들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오타니가 이미 캘리포니아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다저스행을 점치는 게 전혀 무리가 아니다. 역대 아시아 메이저리거와 가장 많이 계약하고 오랫동안 함께한 노하우가 있는 팀이 다저스다.
상황이 이런데 미나시안 단장은 21일 MLB.com 등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타니를 트레이드 시킬 일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순위(41승33패,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가 어디에 있는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는 오타니를 좋아한다. 오타니가 오래 있길 바란다”라고 했다.
마치 ‘밥 먹었으니 ‘X’싸겠다’와 같은 의미다. 에인절스는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위치에서 잘 달리고 있다. 에인절스가 이런 상황서 주축들을 팔지 않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오타니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느냐다. 누가 보더라도 에인절스는 ‘지속 가능한 강팀’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타니가 올해 에인절스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더라도 에인절스에 남을만한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트레이드하지 않아도 2023-2024 FA 시장이 열리면 무조건 오타니가 슈퍼 갑이자 최대 위너다. 상식적으로 에인절스를 떠나 더 좋은 대우를 해줄 팀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 팀이 다저스라는 건 이번 디 어슬래틱의 설문이 아니더라도, 일찌감치 미국 언론들이 예상한 바였다.
그런데도 미나시안 단장이 “오타니를 트레이드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건, 뒷북 중의 뒷북이다. 오타니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오타니가 우리 팀에 오래 있길 바란다”가 아니라, “올 겨울 FA 시장에서 무조건 잡겠다. 혹은 올 시즌이 끝나기 전에 연장계약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해야 했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저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지키는 것에 만족하고 말까.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떠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됐다. 다른 구단 선수 57.2%도 아는 걸 에인절스만 모르는 듯하다.
[오타니.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