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투자의 방향성은 확실했다. 다만 이렇게 부진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노진혁(롯데 자이언츠)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에 앞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모처럼 '큰 손'으로 군림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선수단의 몸집을 줄이고, 유망주 육성에 힘을 써오던 롯데가 드디어 기지개를 켜는 순간. 투자의 방향과 목표는 확실했다. 유망주 육성으로만 메울 수 없었던 구멍을 '돈'으로 메우겠다는 심산이었다.
강민호(삼성)가 떠난 뒤 수년 동안 찾지 못한 주전 포수를 메우는 것이 0순위였던 롯데는 4년 총액 80억원에 유강남을 영입했다. 그리고 두 번째 움직임은 노진혁이었다. 노진혁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는 꽤 공을 들였다. FA 시장이 개장한 뒤 성민규 단장이 발 빠른 움직임을 가져갔고, 구애 끝에 4년 총액 50억원에 노진혁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진혁의 장점은 확실했다. 고질병과 같은 허리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관리 속에서 경기에 나선다면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노진혁을 영입하면서 가장 눈여겨본 대목은 공격력이었다. 특히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은 분명한 매력 포인트였다.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노진혁은 항상 4월에 좋지 못했다. 즉 슬로우스타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 노진혁은 18안타 1홈런 15타점 12득점 타율 0.257 OPS 0.715로 활약하며, 롯데의 초반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김없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노진혁은 5월 21경기에 출전해 21안타 2홈런 7타점 12득점 타율 0.318 OPS 0.892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기록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할 때 한 방씩 쳐주면서 롯데를 승리로 이끈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만큼 '50억원' 투자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왔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노진혁은 6월 중순 사직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타격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당시 롯데는 노진혁이 큰 부상을 당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검사 결과 옆구리 근육이 파열되거나 찢어지는 등의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구단과 노진혁도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노진혁은 빠른 회복을 위해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이지마 접골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는 등 재활에 힘썼다. 하지만 노진혁의 부상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지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꽤 컸다. 보름 이상의 공백기를 가진 노진혁은 7월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한 달 동안 타율 0.109(46타수 5안타) OPS 0.327로 허덕였고, 좋지 않은 흐름은 8월에도 지속됐다. NC 다이노스-SSG 랜더스와 3연전에서는 1안타를 치는데 머물렀다.
노진혁의 반등의 '신호'를 보냈던 것은 지난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 잘 맞은 타구를 곁들이며 정말 오랜만에 멀티히트 경기를 선보였다. 래리 서튼 감독은 경기에 앞서 "분명 좋은 타구를 만들었고, 안타도 2개 쳤다. 자신감도 향상된 모습이었다"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9일 타자가 일순하는 상황에서 노진혁 홀로 두 개의 아웃을 당한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었다.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노진혁은 9회초 선두타자 정보근의 타석에서 대타로 출전했다. 노진혁은 주승우(키움)을 상대로 3개의 볼을 골라내며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이후 스트라이크 1개를 지켜본 뒤 4구째에 방망이를 내밀었고,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롯데가 5점을 뽑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두 번째 아웃카운트였다. 노진혁은 8-10까지 추격한 2사 1, 3루 찬스에서 임창민(키움)과 맞붙게 됐다. 임창민은 등판 직후 두 개의 적시타를 맞으면서 흔들리는 상황. 그런데 노진혁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초구 133km 포크볼을 건드렸고,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결국 키움의 승리로 경기가 매듭지어졌다.
노진혁은 부상에서 돌아온 뒤 타율 0.121(66타수 8안타)에 그치고 있다. 여느 때처럼 시즌 중·후반 도약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 롯데의 투자 방향성이 틀렸던 것은 아니다. 안방과 마찬가지로 수년간 주전 유격수 자원을 발굴하지 못했기에 '구멍'을 메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했다. 다만 이토록 노진혁이 부진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성적은 시즌 초반 50억원의 계약을 맺을 때 기대했던 모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생각한 대로 야구가 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 당사자가 가장 답답할 상황이지만, 지금의 흐름이라면 2018년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커리어로우' 시즌이 유력하다. 노진혁의 침묵이 길어지면 질수록 롯데 염원인 가을야구는 정말 꿈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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