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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압권의 '무지개 커브'를 앞세워 신시내티 레즈를 완벽하게 요리하며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83구,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었다.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온 첫 등판에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5이닝 동안 9피안타 4실점(4자책)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겼던 류현진. 하지만 지난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류현진은 97.7마일(약 157.2km)의 총알 타구에 무릎을 직격당하는 불운 속에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노히트' 투구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리고 직전 등판에서 '코리안 몬스터'가 돌아왔음을 제대로 알렸다. 류현진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5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안타와 볼넷은 각각 2개에 불과했고, 2실점(비자책)으로 역투한 끝에 무려 444일 만에 시즌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첫 승의 좋은 흐름은 이날 등판까지도 연결됐고, 지난해 5월 21일 신시내티-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51일 만에 '연승'의 기쁨까지 누리게 됐다.
류현진은 직전 등판인 컵스전과 마찬가지로 야수진의 실책으로 인해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하지만 토론토 타선이 경기 초반부터 대폭발하며 류현진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고, 비교적 편한 상황에서 투구를 펼치게 됐다. 그 결과 류현진은 올 시즌 최다인 7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신시내티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했고, 평균자책점을 2.57에서 1.89로 대폭 낮추는데 성공했다.
# 세대가 교체되고, 수비가 돕지 않았지만 신시내티에는 강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신시내티와 통산 맞대결에서 8경기(47⅓이닝)에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3.23로 매우 강했다. 유일한 변수가 있다면 과거의 신시내티와 현재의 전력이 다르다는 점. 과거의 신시내티는 결코 '강팀'이 아니었으나, 최근 신시내티는 젊은 유망주들의 잠재력이 대폭발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신시내티에 여전히 강했다.
류현진은 1회 스튜어트 페어차일드-맷 맥클레인-엘리 데 라 크루즈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수비 실책이 류현진의 발목을 잡을 뻔했다. 류현진은 2회 스펜서 스티어와 크리스티안 엔카나시온-스탠드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 3루 실점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서 문제의 상황이 발생했다.
류현진은 1, 3루에서 노엘비 마르테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좌익수 달튼 바쇼의 강한 어깨가 3루 주자가 홈으로 질주하는 것을 막아냈다. 그런데 바쇼의 송구를 받은 채프먼이 2루를 향해 뛰는 주자를 잡아내기 위해 뿌린 송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빠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고,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게 됐다.
하지만 류현진의 순항에 수비 실책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3회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4회 신시내티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은 류현진은 5회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TJ 홉킨스-맥클레인-데 라 크루즈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승리 요건을 갖춘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 오늘도 빛난 '무지개 커브'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류현진은 투구 패턴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바로 커터의 비율이 줄고 커브 구사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앞선 세 번의 등판에서도 커브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날도 '무지개 커브'는 빛이 났다. 류현진은 이날 총 16개의 커브를 구사했는데, 총 7번의 스윙(헛스윙 3회)을 끌어낼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특히 7개의 삼진 중 커브로만 3개의 삼진을 솎아냈는데, 4회말 1사 1루에서 데 라 크루즈에게 헛스윙 삼진을 뽑아낸 66.2마일(약 106.5km)의 '무지개 커브'는 압권이었다. 그리고 류현진은 5회말 2사 1, 2루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데 라 크루즈를 얼어붙게 만든 공도 66.8마일(약 107.5km)의 커브였다.
메이저리그 투구 분석 전문가로 '피칭 닌자'를 운영하고 있는 롭 프리드먼은 자신의 SNS에 류현진이 데 라 크루즈에게 헛스윙을 뽑아낸 장면을 올리며 "류현진의 시속 66마일의 예쁜 커브(Hyun Jin Ryu, Pretty 66mph Curveball)"라는 문구와 함께 무지개 이모티콘을 곁들였다.
# 갈 길 바쁜 토론토의 2연승
경기 초반 주도권은 토론토가 잡았다. 토론토는 1회 무릎 부상을 털어내고 전날(19일) 빅리그 그라운드로 돌아온 보 비셋이 신시내티 선발 헌터 그린을 상대로 좌익수 방면에 홈런성 타구를 통해 3루타를 뽑아내며 기회를 잡았다. 이후 브랜든 벨트의 평범한 땅볼 타구에 신시내티 2루수 맷 맥클레인이 실책을 범했고, 비셋이 홈을 파고들며 손쉽게 선취점을 손에 넣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추가점을 뽑아내지는 못했다는 점. 토론토는 벨트가 실책으로 출루한 뒤 조지 스프링어 또한 평범한 3루수 땅볼 타구를 만들어냈는데, 이번에는 노엘비 마르테가 송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모든 주자가 살았고 1, 3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후속타자 달튼 바쇼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달아나는 점수를 손에 넣지는 못했다.
하지만 토론토 타선은 2회 신시내티 마운드를 폭격했다. 토론토는 대니 잰슨의 2루타로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케빈 키어마이어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작렬시키더니, 위트 메리필드의 2루타 이후 이번에는 벨트가 2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간격을 5-0까지 벌리며 경기 초반부터 크게 달아났다.
2회초 신시내티의 수비 실책이 쏟아졌다면, 2회말에는 토론토가 실책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스펜서 스티어와 크리스티안 엔카나시온-스탠드에게 안타를 맞아 1, 3루 위기를 맞았는데, 후속타자 노엘비 마르테를 좌익수 뜬공 잡아낸 뒤 달튼 바쇼의 강견이 3루 주자가 홈으로 뛰는 것을 막아냈다. 그런데 여기서 '커트맨' 맷 채프먼이 2루로 뛰는 주자를 잡아내기 위해 뿌린 공이 중견수 방면으로 빠지면서 모든 주자가 홈을 파고들며 간격은 5-2로 좁혀졌다.
아쉬운 수비로 인해 류현진에게 '짐'을 짊어지게 만든 토론토 타선은 3회에만 3개의 아치를 그리는 등 '화력'으로 힘을 보탰다. 토론토는 3회말 공격에서 비셋과 벨트가 백투백 홈런을 터뜨리며 7-2로 달아났고, 게레로 주니어가 볼넷을 얻어 출루한 무사 1루에서는 스프링어가 투런포를 작렬시키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신시내티는 7회말 한 점을 뽑아내며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격차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토론토는 9회초 공격에서 한 점을 더 보탰고, 10-3으로 완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 또한 개인 2연승을 달리며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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