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소현, 2년만 복귀작 '소용없어 거짓말'
벌써 25살, "아역 이미지 벗어났다 생각해"
"20살에 겪은 슬럼프, 자신을 잃은 느낌"
올해 데뷔 15주년…"그간 돌아보는 시간"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지금 행복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랑 함께하는 일이라 제일 힘든 것도 즐거웠던 것도 사람인데. 얼굴 붉힐 일 없이 제일 좋았던 1등 현장이에요. '이런 행복 때문에 일을 계속해왔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소현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극본 서정은 연출 남성우 노영섭)'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용없어 거짓말'은 거짓말이 들려서 설렘이 없는 '라이어 헌터' 목솔희(김소현)와 비밀을 가진 '천재 작곡가' 김도하(황민현)가 만나 펼치는 거짓말 제로, 설렘 보장 로맨틱 코미디다.
김소현은 극 중 '라이어 헌터' 목솔희 역을 맡았다. 목솔희는 거짓말 목소리를 구별하는 선천적인 능력 탓에 세상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아닌,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으로 굴러간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인물이다.
이날 김소현은 "오랜만에 나오는 만큼 긴장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많이 좋아해 주시고, 나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이야기해 주셔서 되게 감사했다. 잘 인사를 드린 것 같아서 다행이고, 다른 작품으로 잘 인사드리겠다"며 종영소감을 전했다.
첫회 시청률 2.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했던 '소용없어 거짓말'은 지난달 2.4%를 기록하는 등 다소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김소현은 "조금 아쉽기는 한데 요즘 OTT가 워낙 잘 발달돼 있으니까. 내 친구들만 하더라도 본방송 보는 걸 힘들어하거나, 1시간도 길게 느끼 기기도 한다. 30분 요약 이런 걸 찾아보는 걸 알고 있다 보니까"라며 "그런 걸 위안 삼아서 '요즘은 방송 안 보지' 이런 식으로 넘긴 것도 있다. 시청률이 아쉽지만 현장에서 별로 타격 안 받고 즐겁게 찍었다. 나는 잘 넘겼던 것 같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김소현에게 아쉬움을 남긴 것은 시청률이 아니었다. 원래 대본에서 목솔희는 엄청 밝은 캐릭터가 아니었다. 목솔희가 귀엽고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이야기에 현장에서 만든 부분이 많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애드리브처럼 만들어져, 더 밝고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제가 실제 성격은 웃음도 많고 밝거든요. 그동안 역할들이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은 차분하고, 모범생이고 이런 촉촉한 이미지가 많더라고요. 저는 솔희의 밝은 쪽이랑 더 가까워요. 밝고 웃음이 많고. 초반에 막 시니컬하고 관심 없고 이런 모습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어요."
목솔희는 거짓말이 들리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을 김소현은 표정과 눈빛만으로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했다. 방송으로 나오기 전까지 거짓말이 들리는 게 어떻게 표현되는지 소리를 들어본 적 없었기에 그전까지는 어렴풋이 연기해야 했다 김소현이 신경 쓴 부분은 최대한 과장되지 않게 보였으면 하는 점이었다.
김소현은 "판타지라고 해서 너무 과장된 콘셉트면 보시는 분들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냥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인데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정도의 현실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싶었다"며 "과하지 않게 고갯짓이라든지, 눈빛이라든지 이런 소소한 것들로 디테일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감독님도 생각하시는 게 비슷했다. 자연스럽고 담백하게 표현하려 방향이 잡혔다"라고 연기 포인트를 짚었다.
그렇다면 김소현은 거짓말이 들리는 목솔희의 능력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에 대해 묻자 김소현은 "처음에는 마냥 장점으로만 느껴질 것 같았다. 살면서 저 말이 진짜일지 사실 여부가 궁금할 때가 많지 않냐. 그런 걸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면서도 "막상 촬영을 하니까 피로하겠더라. 이 친구가 '왜 이렇게 사회성이 결여된 듯한 행동을 하지'라고 생각해 봤는데 솔희는 세상이 오로지 거짓인지, 아닌지로만 나뉘겠구나 생각했다. 모든 인간관계도 그렇고. 이게 사람을 좀 고립되게 만들겠다, 여기에 갇히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해석을 내놨다.
"실제 솔희의 능력을 갖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어느 정도 사람이 모르고 살아야 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많은 걸 알게 되니까. 인간관계도 그렇고요. 강민이랑 헤어진 계기도 그거잖아요. 사람의 속내보다는 딱 거짓말에 의해서. 그래도 갖게 된다면… 진짜 뭔가 정말 팩트가 중요한, 계약이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쓰고 싶어요. 솔희가 그렇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있었고요."
목솔희는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렸다. 때로는 운전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는 물론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하고 별 것 아닌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그 주체가 김소현이라는 것에 아직도 놀라움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1999년 6월 4일 생, 벌써 한국 나이로 25살임에도.
그러나 김소현은 "아역 이미지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시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어렸을 때 모습을 보셨을 테니까. 내 아역 했던 친구가 나중에 성인이 된다면 나도 '어머, 저 친구가' 그럴 것 같다"며 "되게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하니까 그냥 받아들이게 되더라. 나 스스로는 이제 벗어나야겠다' 이런 시기는 지난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성인연기자로 이미 탄탄히 자리 잡은 김소현다운 답변이었다.
"주사연기는… 귀엽다는 반응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나 편집팀에서 귀엽다는 피드백을 먼저 주셔서 조금 안도하면서 방송을 봤던 것 같아요. 실제 주사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지는 않고요. 보통 이제 아이스크림을 먹고 후식으로 초콜릿 아이스크림 먹고 그런 건 있어요. 솔희처럼 막, 확신은 못하겠지만. 창문 열고 소리 지르고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소용없어 거짓말'은 김소현의 2년만 복귀작이다. 특히 '2021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달이 뜨는 강'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김소현은 "아무래도 전작이 사극이기도 했고 조금 차분한 역할들을 주로 했다 보니까 이번에는 조금 로코도 좋고 밝은 작품이면 좋겠다 싶었다"며 "그런 마음에서 '소용없어 거짓말' 콘셉트를 봤을 때 내가 그동안 안 해본, 초능력을 가진 라이어 헌터라는 타이틀 자체가 새롭게 느껴졌다. 뭔가 새로운 느낌으로 팬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품을 골랐다"라고 설명했다.
김소현의 선택은 옳았다. 목솔희를 통해 김소현은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매력을 과시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에 호평이 쏟아졌다. 김소현은 "반응을 계속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첫방 때는 많이 본 것 같다. 드라마를 처음 본 후기들이 많이 올라오니까 첫회를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했다"며 "생각보다 독특하고, '제가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라는 대사가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납득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 정도만 돼도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쉼 없이 달려온 김소현은 '소용없어 거짓말'이 밀리면서 예상치 못하게 긴 공백기를 갖게 됐다. 처음엔 불안했고, 쉬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몰랐다. 다들 유행처럼 하는 골프를 배워보고, 학교도 잠시 다니며 소소한 일상을 보냈다. 계속 작품을 하고, 잠깐 쉬면 준비를 하다 보니 소소한 일상을 보낸 적이 없었다. 온전히 쉬면서 소소한 일상을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생각보다 잘 쉬며 열심히 하는 힘을 얻게 됐다.
"그래도 기약 없는 쉼은 아니어서 다행히 큰 불안감은 없었는데,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많이 돌아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고, 어떤 걸 해왔고, 지금은 어떤지. 내가 불안한가, 힘든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 시기를 잘 이겨냈고요. 지금은 되게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이에요. 잘해왔구나 지금까지, 큰 불안 감 없이 그래, 이 정도면."
김소현은 10대 후반,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며 슬럼프를 겪었음을 고백했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나 자신을 많이 잃은 느낌이었다. 배우로서도 자신으로서도 슬럼프를 겪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진짜 생각을 많이 하면서 노력했다. 스스로를 돌아보려고"라며 "이번에 쉴 때 지금까지를 생각해 보니 잘 정리가 됐더라. 나에 대한 강박을 좀 내려놓고 편해진 게 있어서 이번에 연기하면서 되게 편했다.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배우로서도 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슬럼프를 겪으며 김소현은 다양한 생각을 했다. 안정적이라는 말을 듣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품었다. 분명 칭찬이지만 어떻게 보면 단조롭고 기대심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가 없지 않을까. 그래서 그 점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안정적'이라는 것이 장점임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사극이나 어려운 롤을 맡겨준 게 아닐까 하고.
"새로운 걸 해야 하나,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이런 강박이 좀 없어졌어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또 이런 역할을 하면 재미있게 하면 되는 거고, 아직도 보여줄게 많이 남아있는 거니까요. 그냥 자연스럽게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좀 편해졌던 것 같아요. 지금부터는 그냥 구애받지 않고. 그게 교복을 입을 수도 있고, 정말 구애 없이. 그때그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자유롭게 해 나가자 생각했어요."
1999년 6월 4일 생인 김소현은 2008년 KBS 2TV '전설의 고향 - 아가야 청산 가자'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옥탑방 왕세자', 후아유 - 학교 2015', '싸우자 귀신아', '좋아하면 울리는', '달이 뜨는 강' 등과 영화 '순정', '덕혜옹주'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활약했다. 그리고 2023년, 김소현은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았다.
김소현은 "촬영하다가 15주년을 맞았다. 약간 숫자를 생각 안 하다 보니 '15주년에 뭘 해야지' 이런 계획은 하나도 없었다. 그간 일 해온 걸 돌아보는 정도였던 것 같다"며 "내가 15년 동안 어땠나, 어떻게 해왔나, 행복한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해왔던 일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감사했다. 앞으로 좀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다"라고 15주년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아역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김소현은 꾸준히 달려왔다. 그 원동력에 대해 묻자 김소현은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 연기를 하는데, 정말 살면서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나 싶다.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공감해 주신다. 때로는 내 연기를 보고 감동이나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해주신다"며 "그 부분이 되게 감사하다. 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한 번씩 너무 힘들어도 좋았던 기억을 끄집어내서 원동력 삼아서 해나갔다"라고 답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터. 김소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후아유'라는 작품을 맡게 됐다. 나에게는 첫 주연인데 1인 2 역이었고 너무 큰 역할이어서 부담감도 있었는데 잘 끝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보니 '내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품이 계기가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소용없어 거짓말'은 2년 만에 나와서 그런지 나한테 좀 특별하기도 하다. 촬영하면서 행복했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계속해나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힘들 때나, 어쩔 때나 현장에서 모두가 진짜 함께 만들고 웃고 했던 그 시간이 정말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원동력 같은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소용없어 거짓말'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올해는 저한테 뭔가 저의 지난 시간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쉬어보기도 했고, 오랜만에 나왔음에도 사랑해 주시고 기다려주신 분이 있다는 걸,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2024년은 쉬었던 만큼 진짜 열심히 작품 하면서 즐겁게 해 나갈 거예요."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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