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내 인생에서 홀가분할 것 같지 않다.”
“이의리가 80구 이상 못 던진다고 생각했기에 교체를 결정했다.” 한국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지난 23일 대표팀 소집훈련 첫 날 이렇게 얘기했다. 이의리를 당시 기준 하루 전이던 22일에 급히 최종엔트리에서 빼고 윤동희(롯데)를 집어넣은 이유를 설명한 것이었다.
KBO의 이의리 교체과정은 확실히 매끄럽지 않았다. 지난 21일 이정후(키움)를 김성윤(삼성)으로, 구창모(NC)를 김영규(NC)로 교체하면서 은근슬쩍 부상이 아닌 이유로 엔트리를 교체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리고 이의리가 굳은 살 이슈를 해결하고 돌아온 21일 대전 한화전서 1⅓이닝 2피안타 3탈삼진 3사사구 4자책으로 부진한 걸 현장에서 확인하자 결단을 내렸다. KBO는 22일 이의리 교체를 발표하면서 몸 상태는 호전 중이지만, 대회 기간에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부상이 아닌 기량을 믿지 못해 교체했다는 얘기다.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 중 올 시즌 전체, 혹은 대표팀 소집 직전 경기력이 안 좋은 선수가 적지 않다. 그 선수들은 멀쩡하게 대표팀에 갔는데, 심지어 아프지도 않은 이의리만 대표팀에 가지 못하게 됐으니, KIA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KIA는 이의리의 21일 복귀전이 단순한 부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봤고, 대표팀은 이의리의 물집이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라는 시선이다.
그래서 이의리의 27일 NC와의 창원 더블헤더 2차전 등판이 관심을 더욱 모았다. 정말 류중일 감독의 말대로 80구를 던질 수 없는 몸일까. 이 경기만 놓고 보면 류중일 감독이 사실상 틀렸다. 이의리는 7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정확히 77구를 소화했다.
류중일 감독 말대로 이의리가 80구를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7이닝을 77구로 막은 건 사실상 80구로 거뜬히 7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아시안게임이 시작하기도 전에 사실상 80구를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이라는 걸 증명했다.
이의리는 1회부터 작심한 듯 NC 타선을 몰아붙였다. NC 타선이 더블헤더 1차전서 응집력을 과시했으나 이의리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150km대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자신만의 투구를 했다. 77구 중 패스트볼만 무려 61개였다.
좌완 파이어볼러의 패스트볼이 커맨드가 되면 굳이 다른 공을 많이 섞을 필요도 없다는 게 또 한번 증명됐다. 과감한 몸쪽 승부도 돋보였다. 마침 타선이 5회에만 4점을 지원하며 이의리에게 승리요건을 안겼다. 결국 KIA가 승리하면서 이의리가 시즌 11승(7패)을 챙겼다.
이의리는 경기 후 솔직하게 엔트리 탈락 당시의 심경을 고백했다. “구단을 통해 들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실력이 안 돼서 탈락할 수도 있고, 아프다고 탈락할 수도 있다. 팀을 통해서 듣는데 좀 아쉬웠다. 아쉬운데 티 안 내야 프로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는 순간 팀에 민폐다. 형들도 분해 있었고, 내 인생에서 홀가분할 것 같지 않다. 계속 마음 한 켠에 남아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의리는 이날 전까지 9월 3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11.42, 후반기 8경기서 3승2패 평균자책점 5.80에 그쳤다. 후반기 실적만 보면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 게 맞다. 하지만 몸 상태를 회복한 뒤의 성적은 아무도 모른다. 대표팀은 그런 이의리를 믿지 못해 교체했고, 이의리는 KIA의 5강행에 힘을 보탠다. 대표팀과 KIA, 이의리의 결말을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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