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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아시아 '최초' 20홈런-40도루 클럽과 40도루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것은 틀림이 없었다.
김하성은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개런티드레이트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원정 맞대결에 2루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전날(1일) 4경기 연속 무안타의 최악의 흐름을 끊어낸 김하성은 5타수 4안타 1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4안타 경기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두 번째로 지난해 8월 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맞대결 이후 무려 424일 만이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좋은 흐름이 연결되지는 않았다. 김하성은 연장 10회 타점을 생산하며 제 몫을 해냈지만, 안타 없이 경기를 마치게 됐다.
# 추신수 넘고, 이치로 소환했던 눈부셨던 한 해
김하성은 지난 2021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와 4+1년 총액 39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김하성은 데뷔 첫 시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공 등의 적응에 애를 먹었고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022시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부상과 금지약물 복용 징계를 받은 틈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하성은 타격에서는 150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타율 0.251 OPS 0.708을 기록하며 공격력에서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될 만큼 탄탄 수비력을 뽐내며 샌디에이고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그리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빛이 났던 한 시즌을 보냈다.
잰더 보가츠의 합류로 인해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김하성은 지난 8월까지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뜨거운 나날을 보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레전드 선수들을 소환하기도 했다. 김하성은 지난 8월 5일 LA 다저스와 맞대결에서 2개의 도루를 뽑아냈는데, 추신수(SSG 랜더스)가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現 가디언스)에서 기록했던 22도루를 뛰어넘고,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다 도루 기록을 경신했다.
김하성은 내친김에 '전설' 스즈키 이치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김하성은 8월 8일 다저스전에서 멀티히트를 터뜨렸고, 지난 7월 23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15경기 연속 '멀티출루' 경기를 선보였다. 이는 2017년 이치로가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다 기록과 '타이'로 이어졌다. 신기록 작성과는 연이 닿지 않았지만, 얼마나 훌륭한 시즌을 보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차례 추신수를 넘어섰던 김하성은 다시 한번 그를 소환했다. 신기록 작성은 아니었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성공했다. 김하성은 8월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맞대결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추신수가 보유하고 있던 16경기 연속 안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 정규시즌 최종전
김하성은 전날(1일)의 4안타 흐름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이날 김하성은 1회초 1사 주자 없는 첫 번째 타석에서 화이트삭스 선발 호세 우레냐와 맞붙었고, 4구째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83.3마일(약 134.1km)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밀었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경기를 출발했다.
김하성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다시 한번 우레냐와 격돌했고, 이번에도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으로 향하는 87.2마일(약 140.3km)를 받아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땅볼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5회초 무사 1루에서 우레냐의 3구째 몸쪽 96마일(약 154.5km)의 싱커를 공략했는데,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에게 잡히면서 무안타 흐름이 이어졌다.
정규이닝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는 없었다. 김하성은 8회초 가렛 크로셰의 4구째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쳤지만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침묵이 길어졌다. 이날 김하성은 끝내 안타를 뽑아내지는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타점을 만들어냈다. 김하성은 연장 10회초 1사 1, 3루에서 데이비 가르시아를 상대로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는 희생플라이를 쳐 선취점을 뽑아냈다.
다만 이 희생타가 결승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연장 10회말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팀 힐이 이닝 시작부터 적시타를 맞으면서 적시타를 허용한 까닭. 하지만 김하성은 이어지는 1, 2루 위기에서 야스마니 그랜달의 땅볼 타구를 병살타로 연결시켜 경기를 11회로 이어지게 만들었고, 샌디에이고는 11회초 한 점을 뽑아낸 뒤 11회말을 실점 없이 마치며 2-1로 승리했다.
#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 최초까지 노려볼 수 있었지만...
김하성은 8월까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9월부터 타격감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던 중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변수와 맞닥뜨렸다. 지난달 17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이 끝난 이후 복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근육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의료진들은 좀처럼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 5경기 연속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아시아 출신으로 수많은 메이저리거가 탄생했는데, 내야수로 20홈런-20도루의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0홈런-20도루 기록은 외야수로 추신수, 투수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까지가 '유이'했다. 김하성은 20홈런-20도루는 물론,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최초'로 20홈런-40도루 기록까지도 넘볼 수 있었지만, 시즌 막판 부진과 부상은 뼈아팠다.
결국 김하성은 전날(1일) 경기에서 2개의 도루를 보태면서 시즌 38도루까지는 만들어냈는데, 결국 최종전에서 끝내 안타와 도루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17홈런-38도루로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특히 이날 출루에 성공했다면, 이치로 이후 아시아 메이저리거 역대 두 번째 40도루를 노려볼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기록 달성이 불발되고 말았다.
하지만 훌륭했던 시즌임에는 분명했다. 김하성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153경기에 출전해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75볼넷 38도루 타율 0.260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 FA(자유계약선수) 앞둔 최지만의 아쉬웠던 시즌
FA를 앞둔 최지만에게 올해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시즌 시작을 앞두고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된 최지만은 타격감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플래툰' 시스템이 갇히며 이렇다 할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샌디에이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는데,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최지만은 팀을 옮긴 후 7경기 밖에 나서지 못한 가운데 갈비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부상으로 인한 공백기는 예상보다 길어졌고, 8월 12일에 부상자명단(IL)으로 빠진 최지만은 9월 17일에서야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적 후 첫 안타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등 FA를 앞두고 최악의 흐름이 이어지던 중 전날(1일) 드디어 침묵을 깼다.
최지만은 지난 1일 화이트삭스와 맞대결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뒤 15경기 만에 첫 안타를 신고, 첫 타점까지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시즌 최종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고, 샌디에이고에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를 치렀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최지만은 4회초 후안 소토의 타석에서 대타로 투입돼 경기를 치렀다.
첫 타석에서 우레냐를 상대로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경기를 시작한 최지만. 두 번째 타석의 결과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최지만은 5회 1사 1루에서 우레냐의 5구째 94.4마일(약 151.9km) 싱커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최지만이 친 타구는 98.3마일(약 158.2km)의 속도로 333피트(약 101.5m)를 뻗어나갔다. 하지만 이 타구가 좌익수 타일러 네이퀸의 호수비에 잡히면서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최지만은 김하성이 아웃된 8회초 1사 주자 없는 세 번째 타석에서 크로셰와 5구 승부 끝에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형성되는 슬라이더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고, 연장 10회초 볼넷을 얻어낸 뒤 상대 패스트볼에 2루 베이스에 안착했지만, 득점과 연결되지 않으면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올해 최종 성적은 39경기에서 17안타 6홈런 타율 0.163 OPS 0.624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제외한 가장 부진한 성적을 남긴 채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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