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실력 있는 복싱 선수 출신 '소시민'(신혜선)은 무영고등학교의 3개월 차 기간제 교사다. 어떤 사건으로 복싱을 그만둔 뒤 학생들을 가르치며 정규직 전환만을 간절히 꿈꾼다. 안정적인 교직 생활을 위해 늘 말간 미소를 장착한 채 불의는 못 본 척, 갖은 핍박에도 괜찮은 척하기 일쑤다.
학교폭력 예방 근절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을 받은 무영고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검찰 아버지, 변호사 어머니를 소위 '빽'으로 둔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이준영) 때문이다. 법도 경찰도 무섭지 않은 '한수강' 앞에선 교감마저 기를 펴지 못한다. 교사들은 '한수강'과 얽힌 일이라면 묻지도 않고 굴복하며 피하고 숨기 바쁘다.
하지만 '소시민'은 다르다. '한수강'에게 지속적으로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해온 학생 '고진형'(박정우)이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라고 호소하자 문제를 바로잡고자 발벗고 나선다. '소시민'은 전직 복싱 선수 아버지의 체육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 가면을 착용하고 "잘못한 놈은 죗값을 치러야지"라며 '한수강'을 때려잡는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2009), '그놈 목소리'(2007), '너는 내 운명'(2005) 박진표 감독의 신작 '용감한 시민'은 김정현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을 바탕으로 '소시민'의 정의 구현을 생생히 그려내는 데 중점 둔다. 교내에선 결코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하던 '소시민'이 '한수강'을 직접 제압하기까지의 과정을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짚어나간다.
'용감한 시민'의 9할은 '소시민'을 호연한 배우 신혜선이다. 해사한 얼굴로 등장해 빠르게 마음을 동하게 만들고 전매특허 능청 연기는 폭소를 선사하며 풍부한 감정, 표정 연기를 거듭해 잠시도 지루할 틈을 안 준다. "액션을 처음 해봤다"는 말이 안 믿어질 만큼 액션 호흡 또한 탁월하다. 큰 키와 길쭉한 팔다리를 활용해 내뻗는 타격과 발차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다만 적나라한 폭력 묘사는 흠이다. '한수강' 무리는 '고진형'을 벌거벗긴 채 비닐봉지를 쓰고 계단을 기어다니게 하는가 하면 바닥에 나동그라진 음식을 주워먹으라 지시한다.
학생이 교사에게 성추행하는 장면도 여과없이 담는다. 최근 교권 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를 내보이게 된 박진표 감독은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2년 전쯤 시나리오를 쓰면서 '너무 센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오래 전부터 나온 문제다. 다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한 거다"라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후련하게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오는 25일 개봉. 상영 시간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