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임수정(44)은 영화 ‘싱글 인 서울’ 인터뷰가 진행된 삼청동 카페에 택시를 타고 왔다. 매니지먼트사를 나와 홀로 스케줄을 잡고 이동하는게 익숙해졌다.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할 때도 택시를 이용했다. 2001년 KBS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한 그는 어느새 연예계 생활 23년 차를 맞았다. 예전에 비해 한결 여유가 느껴졌다.
이동욱 출연 소식에 고민 1도 안해
영화 ‘싱글 인 서울’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웰메이드 현실 공감 로맨스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영화죠. 내 영화 보고 오랜만에 설렜어요. 몽글몽글하고 말랑말랑하게 나와서 만족스러워요.”
영화 ‘거미집’ 촬영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로맨스 영화가 귀하다는 생각이었다. 이동욱이 출연에 긍정적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동욱 씨는 유연해요. 스펙트럼도 넓고요. 츤데레같은 면도 있어요. 티 안나게 다정하게 잘 챙겨주죠. 이 영화에서 친구같은 티키타카를 했는데, 호흡이 척척 맞더라고요.”
느린 속도의 사랑에 공감, 나도 친구같은 사랑 만나고 싶어
이 영화는 사랑의 가치관이 다른 두 남녀가 느린 속도로 상대의 마음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빠르지 않은 속도에 공감했다. 임수정도 누군가와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있는 듯 없는 듯 익숙해져 특별함을 몰랐다가 어쩌면 나랑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극중 현진은 직진 스타일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마음을 표현했다. 실제 임수정은 어떨까.
“저도 호기심이 있는 남자에게 먼저 표현하는 편이죠. 그런 점에서 현진과 비슷해요. 그렇다고 심장이 쿵쾅거리지는 않아요(웃음).”
그는 현진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맡은 역할은 약간의 판타지 요소가 있었지만, 현진은 현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내추럴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물리학에 관심 많아
그도 극중 현진처럼 책읽기를 즐긴다.
“제 책상과 침대에 책이 쌓여 있어요. 최근엔 김상욱 교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심채경 교수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고 있거든요. 이분들이 인문학적으로 글을 너무 잘 쓰시더라고요. 통찰력이 굉장히 깊어요.”
그는 “물리학을 좋아한다”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반복 관람했다”고 털어놓았다.
임수정은 작가의 꿈도 꾸고 있다. 그는 5년전 언론과 인터뷰에서 “올해 나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책을 하나 출간하는 건 꼭 하고싶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 못 썼네요(웃음). 글은 매일 써야하는데, 그게 힘들더라고요. 이제는 엉덩이를 붙여서 매일 써보려고 해요. 일기처럼 써 놓은건 있어요. 소설은 너무 어려워서 제게는 에세이가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인생연기 나왔다는 말 듣고 싶어
23년차를 맞이한 임수정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인생연기 나왔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프로듀싱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두 작품의 개발에 참여하고,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판권 구매 욕심도 드러냈다.
“매니지먼트사를 나와서 좀더 유연해지고, 단단해지고, 자유로워졌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표정을 지으려고 해요. 30대의 나에게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가 끝난 뒤 갈색 롱코트에 운동화로 갈아신고 삼청동 낙엽길을 걸었다. 임수정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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