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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다나카가 이를 알고도 못 본 척하고 있었다"
최근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매우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각) 일본 현지 복수 언론은 라쿠텐의 여러 선수들이 2024시즌 연봉 협상 과정에서 안라쿠 토모히로로부터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안라쿠는 지난 201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라쿠텐의 지명을 받은 선수로 데뷔 초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 불펜 투수로 보직을 전환, 그해 27경기에 등판해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3.48의 성적을 남기면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안라쿠는 58경기에서 5승 3패 25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본격 '필승조'로 거듭났다.
좋은 활약은 이어졌다. 안라쿠는 지난해 52경기에서 49⅓이닝을 소화, 6승 2패 1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8의 성적을 남겼고, 올해도 57경기 나서 3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하며 라쿠텐이 정규시즌 막판까지 퍼시픽리그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이런 '주축' 선수가 폭행을 행사했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몇몇 선수들은 2024시즌 연봉 협상 과정에서 안라쿠에게 당한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도에 의하면 A선수는 안라쿠로부터 머리를 가격 당한 까닭에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B선수의 경우 안라쿠의 지시로 인해 라커룸에서 속옷을 벗어 하반신을 노출하게 만드는 성희롱을 당했다. 게다가 다른 후배에게는 식사 초대를 한 뒤 이를 거절하자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피해를 입었던 선수들은 보복과 추가 피해에 두려움을 느껴 구단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피해를 당했던 선수들이 이번 연봉 협상 과정에서 용기를 냈고, 목소리를 내면서 안라쿠의 폭행 및 성희롱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라쿠텐은 안라쿠와 2024시즌 연봉 협상을 무기한으로 연기했다. 그리고 라쿠텐은 곧바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라쿠텐은 선수들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 13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의 선수들이 직접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그리고 40여명이 안라쿠의 만행을 목격하거나, 이 사실을 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라쿠텐은 지난달 30일 일본야구기구(NPB)에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안라쿠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따라서 안라쿠는 라쿠텐에서 방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전환됐다.
사건이 터진 직후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미·일 통산 196승'을 기록 중인 '리빙레전드' 다나카 마사히로였다. 커리어에서 알 수 있듯이 다나카는 현재 라쿠텐을 상징하는 '간판스타'이자, 최고참급의 선수다. 다나카는 지난 1일 SNS를 통해 "이번 일로 팬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 괴롭힘은 용서받을 수 없다. 구단뿐만이 아니라 나도 팀의 연장자로서 더 후배들의 모습을 신경 썼어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계속해서 다나카는 "후배들과 상담을 하고, 문제가 있으면 솔선수범해 주의해야 했는데, 안일했던 것에 반성하고 있다.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각 선수와 구단이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듣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팀에 소속된 선수로서 페넌트레이스에서 싸워 나갈 수 있도록, 팬들이 조금 더 안심하고 응원을 해주실 수 있도록 가능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런데 여기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다나카도 안라쿠가 후배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겐다이 비지니스'는 5일 "자신이 귀여워하던 안라쿠가 일으킨 문제로, 이에 관여했다는 의심 등 관심을 받고 있던 다나카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카나에게 안라쿠의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다 보니 평소 오지 않는 언론사들도 현장을 찾았다. 다만 안라쿠의 만행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운을 뗐다.
'겐다이 비지니스'에 따르면 익명의 구단 관계자는 "약 100명의 선수와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모르겠지만, 다나카가 이(안라쿠의 폭행 등)를 알고도 못 본 척하고 있었다"며 "안라쿠의 뒤에서 다나카가 이를 즐기고 있었다고 보는 이도 있다. 이런 가운데 라쿠텐 구단은 다나카가 미·일 통산 200승을 거두기를 바라며 그를 지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안라쿠가 폭행, 성희롱의 대상으로 삼은 선수들은 주로 젊은 불펜 투수들이 대상이었다. 안라쿠가 방출되면서 '썩은 뿌리'가 뽑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다나카의 존재로 인해 여전히 라쿠텐 선수단은 불안한 상태라는 것이 '겐다이 비지니스'의 설명. 매체는 안라쿠의 폭행, 성희롱 사건을 다나카가 묵인한 것을 넘어 연관이 돼 있는 주장을 펼쳤다.
끝으로 '겐다이 비지니스'는 "다나카가 지난 1일 SNS를 통해 '한 번 더 하나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내겠다'고 했다. 팀의 지저분한 공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다나카 자신이 바뀔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가 나온 이후 다나카가 안라쿠가 저지를 만행에 동참했을 리가 없다는 반응과 함께 다나카를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등 라쿠텐 팬들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겐다이 비지니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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