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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확실하게 준비가 돼 있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격 5관왕과 함께 정규시즌 MVP 타이틀을 손에 넣은 뒤 키움 히어로즈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이정후는 2023시즌이 종료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의 뜻을 드러냈고, 키움은 이정후의 선택을 적극 지지했다. 이후 이정후는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으며 메이저리그 입성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고, 지난달 '초읽기'에 들어섰다.
KBO 지난달 24일(이하 한국시각)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요청에 따라 이정후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포스팅해 줄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5일 이정후의 포스팅을 공시하면서, 이정후는 미국 동부시각 기준 5일 오전 8시부터 2024년 1월 3일 오후 5시까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앞두고 발목 수술을 받으면서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지만, 현재 이정후에 대한 인기는 절정이다.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의 활약과 KBO리그에서 남긴 누적 스탯을 바탕으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흉년'으로 불리는데, 전력 보강을 목표로 하는 팀들은 많지만, 데려갈 선수가 많지 않은 탓에 이정후의 가치는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현재 이정후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는 네 구단이 꼽힌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드러냈을 때부터 현지 언론을 통해 '연결고리'가 생겼던 뉴욕 양키스. 양키스는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좌타자 외야수 보강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리고 이정후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현재 샌프란시스코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력 보강에 혈안이 돼 있다.
최근 유력한 행선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팀은 뉴욕 메츠다.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이 이끄는 메츠는 브랜든 니모와 스탈링 마르테를 제외한 나머지 외야의 한자리 주인이 마땅치 않다.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자금력도 만만치 않지만, '쩐'의 싸움이 벌어진다면, 메츠도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 팀들보다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메츠는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사치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한 '광폭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리고 네 번째 팀은 '어썸킴' 김하성이 몸담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샌디에이고는 2021시즌에 앞서 김하성과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12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김하성은 데뷔 첫 시즌에는 KBO리그 시절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올해는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KBO리그 출신 야수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김하성의 성공을 바탕으로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의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현지 복수 언론들을 통해 드러났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팀 상황과 행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를 미국 '디 애슬레틱'이 짚었다. 매체는 "흔치 않은 타격 기술로 유명한 25세의 이정후는 샌디에이고의 좌타자 고민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정후와 가장 친한 김하성과 팀을 이룰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김하성은 이정후에게 빅리그로 이적하는 방법에 대해 1년 이상 조언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샌디에이고는 2024시즌이 종료된 후에는 FA가 되는 후안 소토를 비롯해 트렌트 그리샴을 정리하고 싶은 뜻을 갖고 있다. 특히 샌디에이고는 최근 소토의 트레이드와 관련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양키스와 활발한 대화를 진행 중이다. 소토와 그리샴 중에 한 명만 빠져도 외야에 공백이 생기는 만큼 이정후의 영입에 진심인 편이다.
'디 애슬레틱'은 "만약 샌디에이고가 소토와 그리샴을 모두 트레이드한다면, 다수의 외야수를 영입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그리샴은 잔류하더라도 소토의 트레이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오프시즌 다르빗슈 유와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장기계약을 체결,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는 등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이로 인해 급하게 대출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디 애슬레틱'은 "단 소토를 트레이드하지 않고 이정후를 영입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보라스가 데리고 있는 이정후는 최소 5000만 달러(약 657억원)의 계약과 추가 포스팅 비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A.J. 프렐러 단장은 오랫동안 이정후에게 관심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프렐러 단장은 "우리는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이 나올 때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확실하게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지만,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의 영입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소토를 처분하는 것이 급선무다. '디 애슬레틱'은 "샌디에이고가 소토를 트레이드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오프시즌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이정후를 향한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은 분명 뜨겁다. 몸값으로는 최대 9000만 달러까지 전망하는 매체도 나올 정도다. 평균적인 금액은 5000만 달러 선. 일단 소토의 거취만 해결되면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메츠와 마찬가지로 샌디에이고 또한 이정후의 유력 행선지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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