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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지금까지 야구를 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7년 1억 1300만 달러(약 1478억원)의 엄청난 계약을 맺은 이정후는 19일(이하 한국시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이날 인천공항은 이정후를 보기 위해 몰린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정후는 2022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이정후는 발목 수술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지만,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와 KBO리그에서 남긴 성적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로 도약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정후는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으면서, 빅리그 진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고, 한국시리즈(KS) 일정이 끝난 뒤 포스팅을 신청했다.
이정후를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제외하면 이목을 끌 만한 '특급' 선수가 많지 않은 탓에 '흉년'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 점이 이정후에게는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됐다.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시원치 않은 까닭에 아시아에서 메이저리그로 활동지를 옮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
이정후는 포스팅이 되기 전부터 20구단이 넘는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그 중에서는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볼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비롯해,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때부터 관심을 드러낸 뉴욕 양키스, 김하성의 성공으로 아시아 야수들에게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등의 복수 구단들이 이정후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이정후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팀들이 많아지면서, 이정후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상승했는데, 계약 규모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동안 이정후의 몸값을 가장 높게 예상한 미국 언론은 'CBS 스포츠'로 샌프란시스코와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6년 9000만 달러(약 1177억원)의 계약을 전망했다. 'CBS 스포츠'의 예상대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옵트아웃 조항까지 포함시켰는데, 계약 규모는 6년 1억 1300만 달러였다. 그 어떠한 언론도 쉽게 전망하지 못한 역대급 규모였다.
지금까지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때 맺은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10억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6년 3600만 달러(약 471억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었는데, 이정후는 선배들의 계약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게다가 아시아 출신 야수로는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9000만 달러)를 제쳤고, 투수를 포함한 아시아 출신 선수들 중에서는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의 1억 5500만 달러(약 2028억원)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었다.
특히 이정후는 1억 1300만 달러를 모두 보장받게 되면서 단숨에 샌프란시스코 '연봉킹'으로 등극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선수단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선수는 작 피더슨이었는데, FA(자유계약선수) 시장으로 향하게 됐다. 따라서 이정후는 연평균 1833만 달러(약 239억원)을 받게 되면서, 연평균 1800만 달러(약 235억원)를 받는 로건 웹과 마이클 콘포토를 근소하게 따돌리고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게 됐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로부터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제안받은 뒤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을 정도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깜짝 놀랐다는 후문.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정후는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에 대해 "이게 첫 오퍼였다. 자세한 협상 내용은 나와 협상을 한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샌프란시스코라는 좋은 명문 구단에 가게 돼 영광"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정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샌프란시스코는 적극적으로 이정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특히 피트 푸틸라 단장이 고척스카이돔을 직접 방문했던 것도 크게 작용됐다. 이정후는 "많은 구단들이 있었지만, (피트 푸틸라) 단장님께서 우선 한국에 와주셨다. 그리고 협상을 할 때도 가장 나를 원하는 기분이 들었다. 자세하게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역사가 깊은 팀에서 뛸 수 있게 돼 영광이라는 생각에 빨리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마음에 들어 했던 이유도 있다. 바로 '정점'의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타격폼에 변화를 가져갔던 것. 이정후는 "타격폼을 바꿨던 것을 미국에서는 높게 평가해 주시더라. '가장 잘할 때 변화를 주면서 노력했던 것을 높게 평가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너무나도 큰 규모의 계약에 다리도 풀렸다고 밝혔다. 그는 "다리가 조금 풀렸었다. 다른 선배님들에 비해서 나는 어떻게 보면 계약이 빨리 마무리가 됐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었다"며 '큰 계약을 품은 만큼 현장에서도 기대감을 느꼈느냐'는 말에는 "솔직히 금액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에이전트(스캇 보라스)가 해준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밝혔다.
보라스는 한국인 메이저리거와 유독 연이 많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메이저리그 진출로 이끌었고, FA 자격을 얻은 2000년 초반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약 848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이끌었다. 그리고 빅리그에서 처음 FA 자격을 얻은 추신수 또한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698억원)의 잭팟을 터뜨렸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때 6년 3600만 달러와 FA를 통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할 때 4년 8000만 달러(약 1044억원)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게다가 이번엔 이정후에게도 '돈방석'을 선물했다.
보라스는 구단들 입장에서는 '악마'로 불린다. 구단이 군침을 흘릴 만한 선수 대부분을 보라스코퍼레이션이 보유하고 있는데, 매년 구단들의 경쟁을 붙여 엄청난 규모의 몸값을 받아내기 때문. 이미 몸값이 비싼 선수는 더 비싸게, 평범한 몸값이 예상되는 선수들에게도 엄청난 규모의 계약을 안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반면 선수들 입장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큰 규모의 계약을 안겨다 주니, '천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정후는 보라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 그는 "처음에는 큰돈을 제시받고 조금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네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야구를 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말아라'라는 말을 해주더라"며 "덕분에 지금은 부담보다는 기대가 큰 것 같다. 구단에서 투자해 주신 만큼 그에 걸맞은 플레이로 보답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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