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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김하성 확보 해야 돼", "트레이드 해야 할 수도"
김하성은 지난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08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데뷔 초반 김하성은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150km를 손쉽게 넘나드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 적응에 애를 먹는 등 117경기에 출전해 8안타 6도루 타율 0.202 OPS 0.622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하지만 부진은 단 1년이면 충분했다.
데뷔 첫 시즌 아쉬움이 컸던 김하성은 이듬해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금지 약물 복용으로 인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고, 손목 수술을 받는 등 전열에서 이탈하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하성은 150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 타율 0.251 OPS 0.708의 성적을 남겼다. 공격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지만, 김하성이 빛난 것은 수비였다.
김하성은 타격적인 면에서는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지 못했다. 하지만 수비에서만큼은 타티스보다 한 수 위였다. 유격수는 물론 '간판타자' 매니 마차도의 휴식이 필요할 때면 3루수로 경기에 나서는 등 샌디에이고의 내야를 탄탄하게 지켰다. 그 결과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최종 수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수비수로 인정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토브리그에서 김하성의 이름이 거론되는 일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트레이드 때문이었다. 지난해 잰더 보가츠(샌디에이고)를 비롯해 코리 시거와 마커스 세미엔(이상 텍사스 레인저스) 등 수많은 유격수 자원들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바탕으로 시장에 나왔는데,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팀들이 김하성을 탐내기 시작했다. 특히 샌디에이고에는 보가츠와 김하성, 타티스 주니어까지 세 명의 유격수 자원이 있다는 점도 김하성이 이름이 자주 거론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수비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난 김하성은 올해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치렀다. 보가츠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포지션을 2루수로 옮기게 됐지만, 오히려 김하성에게는 '이점'이 됐다. 포지션 부담을 덜어낸 김하성은 올해 타석에서 152경기에 출전해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로 일취월장했다. 시즌 막판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20-20 클럽 가입은 불발됐지만, '커리어하이' 시즌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김하성은 올해 주로 2루수로 뛰었지만, 유격수와 3루수로도 출전하는 '다재다능'함을 뽐냈는데, 올 시즌에는 내셔널리그 2루수와 함께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김하성은 2루수 부문에서는 수상이 불발됐으나, 유틸리티 부문에서 무키 베츠(LA 다저스), 스펜서 스티어(신시내티 레즈), 코디 벨린저(FA)와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 내야수로는 역대 최초로 황금장갑을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만큼 김하성은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트레이드 카드로서다. 그 배경에는 샌디에이고 구단의 재정 상황이 엮여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겨울 보가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648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시작으로 매니 마차도와 10년 3억 5000만 달러(약 4560억원), 다르빗슈 유와 6년 1억 800만 달러(약 1407억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하는 등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무대를 밟으면서 가능성을 본 까닭에 큰돈을 투자했던 것. 하지만 올해 샌디에이고는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포스트시즌 티켓을 손에 넣지 못하며 고배를 마셨고, 이는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지난 9월 5000만 달러(약 651억원)를 급하게 대출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겨울 샌디에이고의 행보는 너무나도 조용하기만 하다.
현재 샌디에이고는 전력을 보강하기보다 팀 페이롤을 낮추는데 급급한 모습인데, 올 시즌 예상 연봉이 무려 3300만 달러(약 429억원)에 달하는 후안 소토를 트레이드로 떠나보냈다. 샌디에이고는 소토를 떠나보낸 뒤 이정후(샌프란스시코 자이언츠)의 영입전에 참전했지만 고배를 마신 가운데 다시 한번 김하성의 트레이드론이 대두되고 있다.
김하성의 올 시즌 연봉은 700만 달러(약 91억원)으로, 2024시즌이 끝난 뒤에는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FA가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팀 페이롤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는 이번 겨울이 김하성을 트레이드로 떠나보내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현시점에서 트레이드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는 브랜든 크로포드가 FA 시장에 나가게 되면서 현재 주전 유격수가 공석인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23일(한국시각) "이정후를 영입한 것은 멋진 시작이었다. 코디 벨린저와 맷 채프먼을 영입하면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라고 운을 떼며 "파르한 자이디 사장은 윌리 아다메스 또는 김하성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격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과 'MLB.com' 등 현지 복수 언론은 샌프란시스코가 김하성의 트레이드에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샌디에이고는 2024년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김하성은 '서울시리즈'의 핵심 선수. 샌디에이고가 쉽사리 트레이드를 단행할 수 없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도 트레이드 가능성을 짚었다. 매체는 "샌디에이고는 소토(예상 연봉 3300만 달러)를 유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김하성, 로버트 수아레즈를 트레이드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하성이 이정후와 한솥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운 요소다. 하지만 김하성이 없는 '서울시리즈'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재정' 문제로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는 가운데,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다시 고척스카이돔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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