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데이즈' 탕준상 "청춘 지나 더 큰 어른 됐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MD인터뷰](종합)

배우 탕준상. / 씨엘엔컴퍼니
배우 탕준상. / 씨엘엔컴퍼니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22학번의 대학생활이요? 저는 연극영화과라서 친구들이랑 연기, 작품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게 로망이었어요. 어느 정도는 이뤘지만 아무래도 또래니까 노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오로지 연기 이야기만 100% 하진 않았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아주아주 큰 강의실에서 수업 듣는 로망은 아직 못 이뤘어요."

탕준상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개봉을 앞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 세 마리의 강아지 완다, 차장님, 스팅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함께 울고 웃는 휴먼드라마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탕준상은 성공한 건축가 민서(윤여정)와 우연찮게 인연을 맺게 된 배달 라이더 진우 역을 맡았다. 진우는 민서의 하나뿐인 가족 완다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툴툴대면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찾아 나서는 인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꿈 많고 정 많은 청춘이기도 하다.

영화 '도그데이즈' 포스터. / CJ ENM
영화 '도그데이즈' 포스터. / CJ ENM

이날 탕준상은 "그냥 마냥 설레기만 한다. 내 입장에서는 '라켓소년단'이 종영하고 거의 1년도 넘었다. 1년 5개월 만에 나오는 작품이다. 물론 '오마주'라고 잠깐 출연한 영화가 있었지만 촬영 중이라 일정이 안 맞아서 홍보 활동을 전혀 못했다"며 "오랜만에 출연하는 작품이 공개되고 계속 홍보 활동도 하고 팬분들도 만나는 게 너무 기쁘기만 하다.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설 연휴 '도그데이즈'는 나문희, 김영옥 주연의 영화 '소풍'과 조진웅, 김희애 주연의 영화 '데드맨'과 같은 날 개봉하며 맞대결을 펼쳤다. 탕준상은 "'도그데이즈'만 생각했고, 다른 영화는 내가 보질 못했기 때문에 '어떡하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사실 아직 이런 쪽은 전혀 잘 모른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슬며시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웡카'를 언급하자 "태평양을 건너야 되는 분이다. 내가 긴장할 건 없고 오시면 재밌게 보러 갈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배우 탕준상. / 씨엘엔컴퍼니
배우 탕준상. / 씨엘엔컴퍼니

탕준상이 '도그데이즈' 대본을 받았을 때는 '라켓소년단'이 끝난 뒤였다. 'MZ'라는 단어가 유행이 되지 않았을 무렵이기도 하다. 그때 민서의 이름은 '여정'이었고, 윤여정이 대본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진우를 중점으로 읽어보니 윤여정과만 함께했다. 강아지도 나오는데 대본 자체로도 재밌었고, 진우 또한 마냥 탕준상과 비슷하기보다 또 다른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캐릭터였다. 재밌는 대본과 표현하기 나름인 캐릭터인 진우는 탕준상이 '도그데이즈'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게 2003년 8월 13일 생, 이 시대의 MZ 중 한 명인 탕준상은 MZ라이더 진우와 만났다. 그는 "모든 MZ가 다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주위 MZ가 없어서 비교대상이 없긴 한데 당당한 것 같다. 겁내지 않고 주눅 들지 않는다"며 "내가 나이 차이 나는 분 들하고도 친하게 잘 지내는 편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별로 겁내지 않고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진우랑 비슷하다. 진우도 민서랑 잘 이야기하고 소통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우와 다른 점은 일단 영화에 나온 모습 중에는 없는 것 같다. 결국에는 내가 연기를 한 거니까 최대한 내 몸에 캐릭터를 입혀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나랑 잘 어울리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또 대본 상에서 뭔가 많이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MZ 라이더답게 진우는 극 중 장발을 하고 한창 유행 중인 패딩을 입고 등장한다. 여기에는 스타일리시했으면 좋겠고, 한 번도 해보지 안 해본 머리였으면 좋겠다는 탕준상의 바람이 반영됐다. 김덕민 감독과 옷과 머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분장팀에서 보내준 시안 사진부터 너무 좋았다. 특히 준비해 준 통가발이 탕준상의 마음에 쏙 들었다. 여러 가지 다른 머리도 테스트를 해봤지만 너무 마음에 들었던 통가발이 선택됐다.

"영화에는 하나도 안 잡혔는데, 진우가 조각을 하는 게 나오니까 좀 손에 굳은 살도 배기고 많이 상한 분장을 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감독님이 좋다고 하셔서 계속 매 촬영마다 항상 시간을 들여서 손은 그런 분장을 했거든요. 손 타이틀도 많이 찍었고. 그런데 아쉽게도 많이 보이지 않았더라고요. 그냥 이런 개인적인 아이디어와 노력이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도그데이즈'에서 탕준상은 대한민국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대선배 윤여정과 호흡을 맞췄다. 탕준상은 "선생님과는 친하게 잘 지낸 것까진 아니어도 불편하지 않게 잘 지냈다"며 "너무 대선배님이시고 선생님이시니까 혹시나 혼내시거나 뭐라 그러시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으셨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잘해주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탕준상과 윤여정이 함께했던 '도그데이즈' 현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애드리브를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윤여정이 언론·배급 시사회 및 인터뷰 등에서 애드리브를 하고 싶어 했던 탕준상의 실패에 대해 말한 바 있기 때문. 당시 윤여정은 "그런 거 보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그렇게 하고 싶니?' 그랬더니 하고 싶다더라. 그런데 틀려서 못하더라"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이에 대해 묻자 탕준상은 "편집된 장면이 있다. 선생님과 단둘이 차를 잠깐 세우고 노을을 바라보며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이었다. 대사가 다 끝났는데 감독님이 노을을 함께 담겠다고 '컷'을 계속 안 하셨다"며 "그때 내가 애드리브를 너무 하고 싶어 해서 선생님이 한번 해보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허락하셔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대사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선생님이 받아주셨다. 그걸 또 받았는데 또 하고, 하고했다. 점점 카메라가 빠지면서 풀샷으로 풍경을 잡는 거라 아무 말을 해도 상관이 없는 때였다"며 "끝나고 나니 선생님이 '얘, 너 참 웃긴 애다. 야, 웃겼다' 이런 뉘앙스로 칭찬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이제 그만해' 이러셔서 안 하긴 했다. 사실 애드리브를 안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별로 안 하려고 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애드리브가 어떤 건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2003년 생인 탕준상과 1947년 생인 윤여정이 함께했던 것처럼 MZ 라이더 진우와 성공한 건축가 민서는 이 시대의 청춘과 어른으로서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는다. 두 사람이 그리는 관계성과 민서가 진우에게, 청춘에게 전하는 말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 가운데 탕준상은 진우로서 "그 당시에는 와닿았지만 며칠 지나서 잊지 않았을까"라는 솔직한 해석을 내놨다.

탕준상은 "민서가 '청춘'을 이야기할 때 진우는 '아, 그래 앞으로 어떻게 보내야지' 이러면서 장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거다. 그렇지만 며칠을 갔을까"라며 "물론 진우는 바로 너무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왜 잘해주시는지 여쭤봤다. 또 '정말 어른이시구나. 난 안 늙어봤지만 선생님은 젊어봤겠구나' 하며 어른이 해주신 말씀이 와닿았을 거다. 매일 마음에 품고 사는 건 아니지만 가끔씩 이렇게 한번 생각나는 말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 CJ ENM

'도그데이즈' 진우에 대한 탕준상의 꼼꼼한 분석도 들을 수 있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진우는 완다를 잃어버린 민서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이는 진우가 순전히 민서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혹시 진우가 애견인이 될 수도 있을까. 결말 이후 진우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런저런 궁금증을 던지자 탕준상은 "나도 연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긴 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진우는 개를 키울 정도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하고, 만약 키운다면 정말 깐깐하게 신경 쓸 것 같다. 그렇다면 본인 강아지만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 완다를 봤을 때 살짝 놀라고 귀엽지만 못생겼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나"라며 "완다를 찾는 건 부탁하시니 '도와주지 뭐' 이런 마음에 '걔가 어디 갔을까' 이런 마음도 있었을 거다. 찾은 뒤에는 민서에 대한 미안함도 있지만 안심이고 다행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우는 확실히 조각은 계속할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천재소리를 듣던걸 성인이 돼서 아르바이트하면서도 취미로 하는 걸 보니 조각에 대한 사랑은 분명했을 거예요. 이걸로 성공했을지는 모르겠네요. 배달도 당분간 했을 테니 민서랑 가끔 얼굴 보면서 밥이라도 먹고, 그러다 언젠가 작품을 보여드렸는데 중간중간 충고도 해주시다 '어머 얘, 이거는 정말 좋다' 해서 알바를 그만둘 수 있는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해피엔딩을 엄청 생각하긴 해요."

배우 탕준상. / 씨엘엔컴퍼니
배우 탕준상. / 씨엘엔컴퍼니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탕준상의 청춘에게 던져졌다. '도그데이즈'에서 청춘 그 자체인 진우를 연기한 탕준상의 청춘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는 "난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너무 어렵다. 그냥 쉽게 생각하면 되는데 잘하고 있는지, 청춘을 잘 보내고 있는지 너무 깊게 생각하게 된다"며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하고 싶을 걸 하면서 잘 보내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가끔 어떤 분들은 '네 나이대에 많이 놀고, 그때 할 수 있는 걸 경험해라'라고 하신다. 그만큼 나도 이것저것 연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려 한다"면서도 "나는 지금 연기를 하고, 연기를 위해 하는 게 다 너무 하고 싶은 일들이다. 나름 청춘을 잘 보내고 있지 않나 싶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 청춘이 지나서 더 큰 어른이 됐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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