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시 0부터 시작이다.”
한화 멀티맨 문현빈(20)은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라운드 11순위로 입단하자마자 주전 중견수로 도약했다. 공수에서 꽤 쏠쏠한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가 아주 빼어나다고 할 수 없어도 보통 이상이었다. 문현빈의 아마추어 시절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전문 외야수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문현빈의 주 포지션은 2루다. 실제 지난 시즌 막판 정은원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자 2루수로 기용되기도 했다. 기쁨도 잠시, 올 시즌에는 베테랑 2루수 안치홍이 가세하면서 문현빈의 생존 본능이 다시 꿈틀 시기가 됐다. 정은원도 외야 수비 연습을 하는 실정이다.
한화에 지난 수년간 못 봤던 모습이다. 특정 포지션에 이 선수 저 선수 돌려 기용하다 한 명도 제 역할을 못한 케이스는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잘 해도 억울하게 자리를 못 차지할 선수가 나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화에도 뎁스라는 게 생겼고, 경쟁과 시너지라는 단어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됐다.
문현빈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멜버른볼파크에서 “다시 0부터 시작이다.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고. 좀 더 잘 해야 한다. 준비한 걸 잘 할 수 있을까. 작년을 돌이켜보니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갔다”라고 했다.
문현빈은 지난 시즌 137경기서 타율 0.266 5홈런 49타점 47득점 OPS 0.686으로 준수했다. 만족하지 않는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다녀온 뒤 야구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문현빈은 “일본 투수들은 커맨드가 다르다. 국내 왼손투수들은 좌타자에게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같이 던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일본전서 둘 다 던지는 좌투수가 있었다. 그것도 한 타석에서 던졌다. 변화구에 자신감이 있으니 던졌을 것이다”라고 했다.
새로운 벽이 발견되면, 깨부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문현빈은 “APBC 결승은 기억이 많이 난다. 우승하면 좋았겠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나이제한이 있는 국제대회임에도 많이 느꼈다. 한참 부족하구나. 더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 문현빈으로선 팀에서의 포지션 경쟁 패배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는 “글러브 5개를 챙겨왔다. 목표는 2루수인데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여러 포지션에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수비를 배울 때 외야수를 했지만, 2루수가 좋다. 안치홍 선배님과 계속 조가 달라서 수비하는 것만 봤다”라고 했다.
작년에 부진했던 정은원도 칼을 갈고 올 시즌을 준비한다는 후문이다. 문현빈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한화 뎁스의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다. 2루에서 안치홍만 조금이나마 긴장시키면 대성공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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