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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궐안전쟁' 아닌 '고려거란전쟁', 이게 그토록 어려울까 [MD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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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KBS 제공

[이승길의 하지만]

"헌데, 그 하나의 가능성이 마음에 걸리오. 백의 하나, 천의 하나, 만의 하나, 그 작은 가능성이 가끔은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소." (소배압)

"이젠 안되겠네. 죽여서라도, 갈라놓고 싶네, 죽여서라도." (원정왕후)

같은 드라마에서 나온 두 개의 대사. 그런데 대사의 무게가 너무나 다르다. 결코 배우의 연기에 대한 지적은 아니다. 매력적인 실제 이야기를 극의 소재로 선택하고도 그 재료의 맛과 멋을 살리지 못하는 제작진에 대한 아쉬움이다.

최근 제작진과 원작자 간의 갈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17회~20회, 딱 4회차만 없던 작품으로 치면 된다"란 시청자의 평이 나올 만큼 한바탕 소란을 지나 최근 회차에서 '고려거란전쟁'은 시청자 민심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번뇌와 고민은 대하사극 시청자들이 '고려거란전쟁'이란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된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 있다. '고려거란전쟁'이 '고려궐안전쟁'에 집중하는 순간이다. 궁궐 내 여인들의 질투와 투기를 조명하는 순간, 작품의 매력은 추락하고 만다. 여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원정황후, 원성황후 등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궁궐 내 여인들을 단순히 나라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질투심에 사로잡혀 상대를 해하려 하는 1차원적 민폐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4회가 그랬다. 계속되는 거란의 침공으로 나라가 어지러운 가운데, 중간 중간 등장하는 현종(김동준)과 원정왕후(이시아), 원성왕후(하승리)의 삼각관계는 극의 또 다른 재미라기보다는 몰입을 해치는 요소였다. "이젠 안되겠네. 죽여서라도, 갈라놓고 싶네, 죽여서라도"라며 눈물을 흘리는 원정왕후의 모습은 치정 복수극에서나 등장할 법한 캐릭터 붕괴였다.

"궁궐 내 암투 장면만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란 반응이 나오는 상황. 이는 귀주대첩이라는 막판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극의 전개와도 동떨어진 부분이다. 특정 요소가 극과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버리는 것도 제작진의 결단이다. 설 연휴를 맞아 재정비를 위해 일주일 간의 결방을 결정한 '고려거란전쟁' 제작진. 사극 팬들은 '고려거란전쟁'의 남은 회차가 더 좋은 드라마로 남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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