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2017년 우승이요? 보지도 않았어요.”
KIA 타이거즈 사람들에게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한국시리즈 우승은 2017년이다. 과거 해태 시절의 9차례 우승을 모두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 타이거즈를 이끌어 가는 구성원들에겐 2009년과 2017년, 특히 2017년 영광의 순간이 가장 또렷하게 떠오를 것이다.
KIA 수비왕이자 특급 유격수 박찬호(29). 그는 생애 두 번째 규정타석 3할이나 골든글러브는 운명에 맡겼다. 3할을 다시 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다. 골든글러브는 작년 사례를 통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좀 다르다. 아니, 특별하다. 이 역시 자신만 잘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해도 내지 않을 수 없는 게 우승이다. 더구나 올해 KIA의 전력이 LG 트윈스, KT 위즈와 함께 가장 안정적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박찬호 역시 잘 안다.
박찬호는 1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올해는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이 테이블세터 혹은 하위타선에서 출루율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비와 효율적인 주루로 팀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다.
박찬호의 우승 열망이 확실히 남다르다. 2017년 얘기를 꺼내자 단박에 “보지도 않았다”라고 했다. 그럴 수 있었다. 당시 박찬호는 군 복무 중이라 그 감격을 함께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로 안 봤다기 보다, 너무 부러운 마음에 애써 외면하고 싶은 기억이라고 봐야 한다.
심지어 박찬호는 “누가 내게 ‘3할 치고 준우승할래, 2할대 치고 우승할래’라고 하면 당연히 2할대 치고 우승이다. 우승할 수 있다면 2할대를 쳐도 되고 규정타석도 못 채워도 된다. 우승은 평생의 꿈이다. 그 벅참을 느끼고 싶다”라고 했다.
물론 박찬호에게도 개인적인 꿈이 있다. 골든글러브가 대표적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타이틀이다. 그는 “욕심 낸다고 따라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규정타석 3할을 두고서도 “운이 좋았다”라고 했다. 실제 오프시즌 각종 야구 유튜브 방송에 나가서 “안 다쳤으면 3할 못 쳤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경기에 더 나갔다면 3할을 못 지킬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3할은 어쨌든 한 번 해봤으니 두 번이나 하고 싶은 욕심은 없고, 골든글러브는 마음을 비웠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은 잘 안 되는 듯하다. 이 역시 마음 비우고, 욕심 비우고 묵묵히 정진할 때 따라올 수 있는 타이틀이긴 하다.
하지만, 올해 KIA의 전력 구성을 보면 박찬호가 강력한 욕망을 드러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본인이 선수 시절부터 존경하던 이범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박찬호는 “이범호 감독님을 지켜드려야 한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의 성공은 곧 2년 안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최형우의 사실상 현역 마지막 2년, 그리고 3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향하는 나성범과 양현종, 김선빈 등 주축 베테랑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범호 감독의 임기 2년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적기인 건 사실이다. 박찬호 역시 KIA에서 2년을 더 보내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운명의 2년이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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