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자를 세우면 5마일(약 8km)은 더 나온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 KIA 타이거즈 새 외국인투수 윌 크로우(30)가 불펜 투구를 마치고 정재훈 투수코치에게 위와 같이 얘기했다. 정재훈 코치가 스위퍼를 두고 좀 더 빠르게 구사하면 좋겠다고 하자 웃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놓은 반응이었다.
크로우는 그날 세 번째 불펜투구를 했다. 패스트볼 최고 143km. 결국 타자를 상대하면 150km가 넘는다는 호언장담이었다. 이후 17일 라이브피칭에서 마침내 타자를 처음으로 세웠다. 그러나 148km까지 나왔다. 구속이 올라왔지만, 9일 시점에서 5마일 더 나오진 못했다.
그런 크로우가 27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 ANA볼파크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즈와의 스프링캠프 대외 두 번째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캔버라의 약속’을 지켰다. 패스트볼 최고 153km를 찍었다. 평균 149km. 2이닝 3피안타 1실점했다.
1회 1실점도 폭투만 나오지 않았다면 주지 않을 수 있었다. 컨디션이 좋았다. 투심도 최고 149km까지 나왔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에 가장 최근 익힌 스위퍼도 구사했다. 스피드는 138km까지 나왔다. 패스트볼과 최대 15km 차이를 뒀다. 움직임, 스피드 측면에서 타자들의 약한 타구를 유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실 크로우의 ‘5마일 발언’은 빌드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는 약속이었다. 결국 크로우가 순조롭게 컨디션을 올리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이제 정규시즌 개막이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스피드가 더 올라가면 금상첨화지만, 153km는 커리어 최고 구속이니 여기서 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피드보다 중요한 건 구위다. 크로우는 스피드에 비해 커맨드가 아주 정교한 편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그 정도의 스피드에 변화구들을 효율적으로 섞으면 타자를 압도하기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에이스로 활약할 자격은 충분하다.
크로우가 올해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2009년 아귈리노 로페즈, 2017년 헥터 노에시, 비록 불미스럽게 돌아갔지만 구위는 역대급이던 애런 브룩스까지. KIA를 대표하는 구위형 외국인에이스였다. 크로우가 이 리스트의 끝자락에 들어가면, 올해 KIA는 가을에 웃을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선발투수들의 등판 순번을 정재훈 코치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감독과 투수코치들의 생각이 다를 것 같지 않다. 크로우가 1선발을 맡고 양현종, 제임스 네일, 이의리, 윤영철의 순번을 잘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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