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한국을 찾는다. '인연'을 이야기하는 잔잔한 로맨스가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송)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셀린 송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유태오,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이 참석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촬영됐으며,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로 이뤄졌다.
이날 셀린 송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있다. 어느 날 밤에 한국에서 놀러 온 어린 시절 친구와 미국에 살고 있는 내 남편과 같이 술을 먹게 됐다. 이 두 사람이 서로 언어가 안되니까 둘 다 언어가 되는 사람으로서 내가 통역을 해줬다"며 "나의 아이덴티티나 역사, 스토리를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느낌이 특별해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 굉장히 한국적인 요소라던가 뉴욕에서 연극하는 사람이 느끼는 디테일 등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넣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과 뉴욕을 담은 촬영에 대해서는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부탁을 했다. 파리에 사는 사람에게 '당신의 파리가 뭐냐'라고 물으면 아무도 에펠탑이라고 하지 않는다. 내가 사는 동네나 매일 가는 커피숍을 이야기한다. 뉴욕과 서울 양쪽 로케이션 매니저들에게 부탁한 건 진짜 뉴요커의 삶, 서울 사람의 삶을 찾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만약 이게 끝나고 진짜 맛있게 먹고 싶으면 어딜 가고 싶냐'라고 했더니 그 소주를 마시는 고깃집을 데려가주셨다. 그래서 가보니까 완벽했다. 그런 식으로 현지에 많이 기댔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해성이가 군 복무를 하는 장면도 그 시절 군대를 다녔던 스태프가 있었다"며 "그분한테 '그때 같이 갔던 친구들이 봤을 때 놀리지 않게 해 달라' 부탁했다. 서울사람으로서 겪은 게 있는 분들에게 굉장히 기댔다. 해성이의 친구들과 대사 같은 것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 애플TV+ '더 모닝 쇼' 시즌 2, 3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가 어린 시절 서울에 두고 온 인연과 다시 마주하는 나영 역을 맡았다.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유태오가 나영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으로 분한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라는 영광을 거머쥔 유태오는 "일단 내가 과대평가된 상황인 것 같기는 하다. 배우는 연기 했을 때 어떤 결과주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연기하는 게 아니다. 항상 지금 이 현실과 이 작품과 감독님과 동료배우들과 호흡을 잘하고 지금 집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겸손히 말했다.
유태오는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다. 이런 작품이 인생에 한 번 오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찾아왔다. 결과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해성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 인연이라는 요소와 철학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교과서적으로 기술적으로 접근했다면 앞으로는 내가 맡을 캐릭터에 인연이라는 요소를 접목시키게 되더라. 스스로 이력서나 기술로 설득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미 다 한 번씩 살고 있는 영혼들이 떠돌아다닌다. 단지 내가 그 영혼을 받아서 연기하는 것"이라며 "내 개인의 삶과 철학과 이 세상에서의 위치, 여기에 남아있는 이유 등을 생각하게 된 작품이다. 커리어면에서 앞으로 많은 기회가 생기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친 작업이라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3월 6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셀린 송 감독은 "영화는 누가, 언제 보는지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이나 시각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오픈된 마음으로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태오 또한 "최근 잔잔한 로맨스 소재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갈증이 느껴졌다. 해외에서 보신 뒤 이런 영화가 이 시점에 필요했다는 걸 깨달은 관객분들이 많았다. 우리에게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며 "편하고 잔잔한 로맨스 영화, 자극적이지 아니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공감을 표했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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