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2025년부터 르노에 59만대분 리튬인산철배터리 공급
파우치 배터리 첫 셀투팩 적용…中 텃밭 뚫고 국내 업계 첫 수주 성과
LG엔솔, 호주 리튬정광 175만톤 확보…"전기차 500만대 분"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프랑스 완성차 기업 르노와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2일 밝혔다. 그간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독무대였던 LFP 배터리 분야에서 LG엔솔이 국내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대규모 수주를 따낸 것이다.
1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공급 기간은 내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간으로 전체 공급 규모 약 39GWh(기가와트시)다. 이는 보급형 순수 전기차 약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2023년 기준 LFP 배터리의 평균가격을 감안하면 이번 수주액이 5조~6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중국 텃밭 제친 LG 엔솔…셀투팩 기술력으로 차별화 꾀해
이번 수주는 글로벌 자동차 3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중국을 제치고 대규모 LFP 계약을 따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곳은 LG엔솔이 처음이다.
가격이 중저가인 LFP배터리는 그간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의 영역이었다.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하이앤드 제품인 하이니켈을 사용한 에너지밀도가 높은 고용량 3원계 배터리(NCM)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과 인산을 사용하지만 안정적인 화학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됐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수요 둔화로 업황이 주춤한 데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자 국내 업체들도 LFP 배터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3원계 배터리에 치중했던 LG엔솔은 LFP 배터리로 외연을 넓히면서 프리미엄 제품부터 중저가형까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여기에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기 위해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TP) 공정을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파우치 CTP는 각형 CTP에 비해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약 5% 높게 설계할 수 있다. 기존 LFP 제품보다 가격, 에너지밀도, 안전성 등 모든 측면이 개선된 배터리를 통해 유럽에서 중저가 전기차 출시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제품군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업계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보급형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돌파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치열한 격전지인 유럽 공략을 필두로 글로벌 LFP 배터리 수주를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호주 리튬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15년간 총 175만톤의 리튬 정광을 추가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원자재로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의 원료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으로 이르면 올해 말부터 15년 동안 총 175만 톤(t)의 리튬 정광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는 충전 한 번으로 500㎞ 이상 주행하는 고성능 전기차 약 500만대 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전량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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