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배우 설경구가 약 30년 만에 시리즈물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또한 '돌풍'은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마이데일리는 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 출연한 설경구를 만났다. '돌풍'은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이날 설경구는 '돌풍'을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리며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것 같았다. 드라마 환경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똑같지만 이 많은 대사량을 어떻게 소화할까, 지치지 않을까. 드라마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좀 겁을 먹었다. 주변에서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결국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찍고 나서 후회는 안 된다. 현장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재밌었다. 사실 매 현장, 매 작품 긴장된다. 새 작품 초반에는 특히 엄청 긴장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는 다 같이 밥을 먹는데 드라마 현장에서는 따로따로 먹더라. 그러다 보니 식사 시간이 두 시간씩 걸리고 해서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시간이 아까웠다. 하루에 소화해야 할 분량이 많았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눈치 보여서 한 번만 더 하겠다는 말을 잘 못 하겠더라. 그건 좀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정치를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작품 속 캐릭터가 실존 인물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그런 생각을 갖고 했으면 너무 불편했을 것 같다. 박동호가 아닌 설경구의 불편함이 작품에 나왔을 거다. 전대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엔딩을 그렇게 못 찍겠다고 했을 거다. 박동호는 오히려 판타지적인 인물에 가깝다. 이런 사람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다. 말도 안 되는 인물이지만, 사람처럼 보이게 연기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현실에 섞여야하기 때문에 그게 좀 힘들었다. 진짜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고 선을 그었다.
박동호 캐릭터를 구축하며 참고한 인물 역시 없다며 "'킹메이커' 때는 했다. 그 시절 유튜브를 막 찾아봤다. 현실을 벗어나서도 안 되고, 무시해서도 안 되니까. 특유의 몸짓 같은 걸 흉내 내보려고도 했다. '나의 독재자'에서는 김일성 대역이라 자료를 보고 손에 집중해 포인트를 잡았다. '돌풍' 속 박동호는 누구도 연상되지 않아서 바닥인 상태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했다. 연구하지 말자는 생각조차 안 했다. 몸짓도 많이 하지 않고 버티는 느낌으로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석은 보는 분들의 몫인 것 같다. 제가 개입할 건 아닌 듯하다. 전 SNS를 안 해서 무슨 얘기가 오가고 있는지 사실 잘 모른다. 거기서 오는 자유로움이 있다. 행동반경이 좁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서 반응을 확인하고 다닌다. 20대 중반 여성 스태프가 재밌게 봤다고 해서 너무 반가웠다. 고마워서 '그럼 쉬어도 돼. 일하지 마'라고 했다. (웃음) 정치적인 이야기인 만큼 논쟁이 있을 순 있겠다. 다만, 시리즈를 보고 나서 정치를 넘어 한 사람,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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