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배우 설경구가 '돌풍'에서 합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 얘기했다. 또한, 32년 차 연기자로서 고뇌를 밝혔다.
마이데일리는 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 출연한 설경구를 만났다. '돌풍'은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이날 설경구는 상대역 김희애에 대해 "데뷔 42년 차인가 그럴 거다. 나이는 저랑 동갑인데 10년 정도 먼저 시작했다. 그의 옛날 모습은 모르지만, 똑같았을 것 같다. 진짜 열심히 한다. 대본을 외운다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숙지한다. 그거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 베테랑의 여유로움보다도 '저렇게 열심히 한다고?' 싶을 정도다. 세팅한다고 분주한데도 혼자 큰 소리로 연습을 막 하더라. 대단했다. 방심을 안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극에서 매번 싸울 때마다 압도하고, 압도당했다. 매 순간 혈투였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둔 영화 '보통의 가족'으로 앞서 김희애와 만났던 그는 "그땐 붙는 신이 많이 없었다. 친해질 순 없는 관계인가 보다. (웃음) 데면데면까진 아니라도 사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골프 얘기 좀 하고, 둘 다 작품에 몰빵하는 스타일인데 그렇게 안 살아야겠다는 얘기도 좀 했다. 배우들이 내성적인 사람이 많다. 라디오 하면서 알았는데 김희애도 극 I더라. 연기로 그런 걸 푸나보다"고 일화를 전했다.
김미숙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나랑 제일 많이 마주쳤다. 존재 자체로 든든했다. 드라마 환경에 익숙하고 넓은 분이다. 보조출연자가 역대급으로 많은 작품이었는데 모두와 벽 없이 친밀하게 지냈다"고 언급했다. 또한 "김영민은 리딩할 땐 어리광 부리는 재벌 2세 같은 톤이었는데 실제 연기하는 걸 보니 다르더라. '얘 뭐지. 저 XX 뭐지?' 싶었다. 전 김영민을 엄청 좋아한다. 임세미에게는 인간 자체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환경운동도 하고 100% 비건을 실천한다. 타협하지 않고 신념이 강한 친구다. 임세미도 보조출연자들을 챙기느라 늘 바빴다. 현장이 되게 살가웠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건 내가 준비가 안 되면 사고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다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라 대본을 받을 때마다 달달달 외웠다. 받는 순간부터 하루에 몇 번씩. 입에 붙을 때까지 외웠다. 소심해서 큰 소리로도 잘 못 읽고 그냥 막 내뱉다 보면 어느 순간 입에 붙는다. 평소에 쓰는 말이 하나도 없어서 쉽게 외울 수 없다. 전혀 안 쓰는 말을 내 말처럼 뱉어내야 하니까 계속 입에 붙여두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번 슬럼프고 매번 고비를 넘기는 것 같다. 해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체력적인 문제가 아니라 새롭게 보여줄 게 없다는 게 문제다. 안 했던 역할도 해보고 싶고, 대본이 와주니 감사하다. 뭔가를 3~40년 하면 고수의 느낌이 나기 마련인데 연기는 안 그런 것 같다. 반복된 모습일 수밖에 없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연기하는 게 아니니까. 거기에 대한 힘듦과 고민이 있고, 해결해 보려고 한다. 100% 해소하긴 어렵겠지만. 해가 갈수록 해결되는 게 아니라 더 괴롭다"고 마음속 숙제를 털어놨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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