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문가들 한 목소리 “질병코드 도입 유보해야 …게임과 질병 연결 근거 부족해”

콘텐츠진흥원·게임산협 게임장애 세미나 개최
게임이 감정 조절에 도움 줄 수 있단 연구결과도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최근 국내에서도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 대한 이론이 분분하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에 게임이용장애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한 개정안(ICD-11)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게임과 질병을 연결하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한입으로 주장하고 있다.

5일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소강당에서 열린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이 이날 논의의 장을 마련한 이유기도 하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은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도입에 앞서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오늘 세미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자로는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 마띠 부오레 틸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나섰다.

먼저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학교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보건정책전문가들이 뚜렷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며 “게임중독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게임중독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인과관계 파악이 어렵다”고 단언했다.

게임과 감정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오히려 게임을 하는 것이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띠 부오레 틸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 우리의 삶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게임 시간은 게임이용장애와 큰 관련이 없다”고 제시했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 이용자들을 과몰입과 일반 이용자로 분류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날 조문석 교수는 “게임이 게임행동장애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결정적인 근거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터넷 게임 이용자의 뇌 변화를 4년 동안 연구했다. 연구 결론은 간단했다. 뇌 변화는 없었다.

한덕현 교수는 “게임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과몰입하는 사람만큼 게임을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