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짜 주인공은 도슨이 아니었다?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타자 로니 도슨이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의 공을 쳐서 천장을 직격했다. 4-2로 앞선 5회말 2사 1루. 도슨은 류현진의 초구 113km 커브를 공략해 높은 발사각의 타구를 생산했다.
이 타구가 천장을 때렸다. 도슨은 1루 점유에 만족했다. 그러면서 천장을 가리켰다. 키움 선수들은 고척돔 로컬룰을 확실하게 숙지한 상태다. 로컬룰에 따르면, 천장의 노란 바를 기준으로 내야 쪽 천장을 때리면 인플레이, 외야 쪽 천장을 때리면 홈런. 도슨은 자신의 타구가 노란 바를 넘어 외야 쪽 천장을 때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키움은 당연히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가 제작한 느린 그림에 따르면, 도슨의 타구는 노란 바를 넘지 못한 채 내야 쪽 천장에 달린 구조물을 때렸다. 비디오판독센터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인플레이를 선언했다. 단타가 확정된 도슨은 1루에서 못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원석이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서 잡았다면 도슨은 우익수 뜬공 아웃이었다. 그러나 타구가 천장을 때린 이상 낙구지점을 예측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타구의 방향이 순간적으로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원석은 끝까지 타구를 잘 따라갔고, 타구를 글러브에 넣을 뻔했으나 떨어뜨렸다.
사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도슨도, 류현진도, 이원석도 아니었다. 1루 주자 장재영이었다. 장재영은 무사 1루서 3루 땅볼을 치고 1루에 출루한 상태였다. 1루 주자 김태진이 2루에서 아웃됐고, 후속 이주형은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2사 1루.
장재영은 기본에 충실했다. 그리고 폭발적인 주력을 뽐냈다. 2사이니 주자는 자동 런&히트다.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면 타구를 볼 필요도 없이 무조건 스타트해야 한다. 장재영도 그렇게 빠르게 스타트했다. 그리고 성큼성큼 2루와 3루를 돌아 홈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했다.
물론 이원석이 도슨의 타구를 잡았다면 장재영의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도슨의 타구가 홈런으로 인정받았다면 그렇게 빨리 뛸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도슨의 타구가 어떤 결론을 맞이할지 아무도 몰랐고, 장재영은 기본에 충실했다.
인상적인 건 장재영의 발이 상당히 빨랐다는 점이다. 장재영은 그동안 투수를 했기 때문에 주력을 뽐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실제 타자 전향 후 도루를 시도한 적도 없다. 그러나 이주형은 장재영이 중견수를 보는 게 옳은 이유로 빠른 발을 꼽았던 적이 있다. 발이 빠르기 때문에 코너 외야를 보는 것보다 적응이 빠를 것이라고 했다.
그 빠른 발이 그 순간 빛났던 것이다.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장재영이 정말 빠르게 뛰었다. 투수만 했으니까 이런 모습을 모르잖아요. 신장(187cm)도 있어서 그런지 1루에서 뛰는 걸 보니까 굉장히 빠르네요”라고 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앞서 장재영이 3루 땅볼을 치고 1루에 나가는 모습을 보고서도 발이 빠르다고 감탄했다.
장재영은 신장이 커서 다리가 길다. 긴 다리를 쭉쭉 뻗어 가속을 붙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투수 시절엔 155km를 뿌렸고, 타자가 되니 장타력에 빠른 발까지 보여준다. 아직 날 것의 모습, 거친 모습이 많은 타자지만, 운동능력과 재능은 확실히 남다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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