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LG 트윈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LG 트윈스
2024년 6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LG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미국 국내선을 타지 못했다"
LG 트윈스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이 우천으로 취소된 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바로 6시즌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잠실예수' 케이시 켈리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영입한다는 것이었다.
2019시즌부터 LG와 연이 닿으며 KBO리그 무대를 밟은 켈리는 데뷔 첫 시즌부터 14승(12패) 평균자책점 2.55의 훌륭한 성적을 손에 넣는 등 지난해까지 무려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 '잠실예수'라는 별명을 달고 LG의 에이스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특히 2022시즌 16승 평균자책점 2.5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뒤 기량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해에도 10승을 거두며 LG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 시즌 켈리의 모습은 조금 더 아쉬웠다. 켈리는 3월 두 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하더니, 4월 5경기에서도 1승 3패 평균자책점 5.16로 부진을 털어내지 못했다. 더 정확하게는 투구 내용이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의 차이가 너무 극명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켈리는 6월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91로 반등했지만,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던 LG 입장에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게티이미지코리아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게티이미지코리아
물론 LG 또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였던 만큼 결별을 택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장고 끝에 켈리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에르난데스를 영입하게 됐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데뷔, 첫 시즌부터 빅리그 무대를 밟는 등 32경기(6선발)에서 2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5.21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이듬해 선발의 비중을 늘려 21경기(15선발)에 등판해 3승 5패 평균자책점 5.03을 기록하는 등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통산 99경기(49선발) 10승 22패 평균자책점 5.10의 성적을 남긴 뒤 LG와 연이 닿았다.
염경엽 감독은 20일 에르난데스의 영입이 확정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영상으로 봤다. 회전수가 굉장히 좋은 것 같더라. 슬라이더가 최고의 장점이고,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도 나쁘지 않더라. 그리고 외국인 선수임을 고려했을 때 스트라이크존 상하보다는 좌우 코너를 쓸 수 있는 커맨드를 갖고 있는 느낌이다. 구속은 150km를 넘진 않는데, 90~92마일(약 144.8~148.1km) 정도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르면 23일 차명석 단장과 함께 귀국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전세계적으로 IT 대란이 일어났다. 이는 항공권 예약·발권 시스템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중. 에르난데스 또한 이 여파에 휘말렸다. 마이애미에서 애틀란타로 이동하는 국내선을 탑승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2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에르난데스의 입국을 묻는 질문에 "조금 늦어지는 것 같다. 미국 국내선을 타지 못했다. 애틀란타를 가야 하는데, 마이애미에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LG 트윈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LG 트윈스
2024년 5월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LG-두산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6-3으로 승리한 뒤 환호하는 관중들을 바라보고 있다./마이데일리
물론 차를 이용한 이동도 가능하지만, 문제는 LG 관계자에 곁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애틀란타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에르난데스가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사령탑은 "마이애미에서 애틀란타까지 10~12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원래는 차명석 단장님과 외국인 스카우트가 애틀란타에서 기다리면서 에르난데스와 함께 올 예정이었다. 우리 스카우트가 마이애미에 있었으면 차를 타고 올 수도 있었을 것인데 따로 있다. 혼자 운전을 해서 이동하라고는 할 수 없지 않나"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에르난데스의 입국이 늦어지면, 비자 발급을 비롯해 KBO리그 데뷔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염경엽 감독은 비자 발급에 대한 물음에 "구단에서 최대한 빨리 받아줄 것이라 믿는다. 구단의 역량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일단 에르난데스는 국내에 입국한 뒤 비자가 발급되기 전까지 연습경기에 출전해 실전 감각과 투구수 등에 대한 점검을 받을 예정이다. 염경엽 감독은 "들어와서 2군 경기에는 못 던지기 때문에 연습 경기를 잡을 생각이다. 비자를 받는 동안에는 몸 상태도 체크하고 대학교 등과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그래야 투구수 또한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MS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에 애꿎은 LG만 피해를 보게 됐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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